페루정국 다시 소용돌이…탈출 前정보부장 돌연 귀국

  • 입력 2000년 10월 24일 18시 45분


야당의원 매수사건으로 파나마로 피신했던 페루의 블라디미로 몬테시노스 전국가정보부장이 23일 돌연 귀국, 야당이 집단반발하고 프란시스코 투델라 부통령이 전격 사임하는 등 페루 정국이 다시 혼미로 치닫고 있다.

몬테시노스 전부장은 이날 새벽 전용기편으로 파나마를 출발해 페루 수도 리마 남쪽250㎞ 지점의 피스코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몇 시간 뒤 파나마 정부는 망명요청 거부사실을 확인했다.

몬테시노스 전부장의 귀국직후 투델라 부통령은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과 몬테시노스 전국가정보부장이 국민을 농락하고 있다”며 사임했다. 그는 “그의 귀국으로 간신히 수습기미를 보이던 정국에 다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리카르도 마르케스 제2부통령도 이날 사임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밤 시민 200여명이 “살인자 몬테시노스”를 외치며 후지모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몬테시노스 전부장이 귀국한 것은 후지모리 대통령―군부간에 묵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페루정부가 90년대 초 게릴라단체 소탕과정에서 인권을 유린한 군 관계자들에 대해 대대적인 사면계획을 밝힌 것과 관계 있는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야당측은 “사면령에 몬테시노스 전부장도 포함시키려는 포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이날 유감성명을 발표하고 “페루에서 헌법질서를 흔드는 움직임은 페루를 고립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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