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특집]한국경제 예의주시 필요

  • 입력 2000년 10월 25일 18시 54분


수급 불균형과 중동사태에 따른 고유가 행진,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한 국제수요의 위축.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2년간 급속히 회복세를 보여온 아시아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는 듯하다가 이 같은 ‘복병’을 만났다고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호에서 특집을 통해 전했다. ‘동아시아의 불안한 경제’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는 그렇지만 이 같은 국제적 상황은 일부 아시아 국가에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이코노미스트지의 분석.

▽경제 환경의 급변〓유가의 움직임과 미국의 경기동향이 가장 큰 변수.

아시아 경제는 97, 98년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은 뒤 지난해 놀라울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다가 올 들어 3월부터 또다시 침체로 빠져드는 등 극도의 반전을 경험했다.

아시아 국가는 그동안 단기외채가 꾸준히 줄고 외환보유고는 크게 늘어 97년 말의 외환위기를 다시 겪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외부 충격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지니고 있다.

OECD 국가, 특히 미국의 경기후퇴와 고유가는 아시아 국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전문가의 견해를 바탕으로 아시아 국가의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성장 예상평균치를 당초보다 2%포인트 낮춘 5.2%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위기냐, 기회냐〓이 같은 외부환경의 변화는 국가별로 다른 영향을 미치게될 것이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오히려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 반면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한국 말레이시아 대만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시아의 금융중심지인 홍콩과 싱가포르는 미국의 경기침체와 달러가치 하락에 따라 얻을 것이 더 많다. 미국에 있던 국제자본이 유입돼 금융산업과 부동산경기가 활발해질 수 있다. 석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유가상승으로 혜택을 보겠지만 정치 불안정이 해소되지 않는 한 경기침체의 위험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태국은 부실채권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필리핀은 당초 목표치의 두 배에 이르는 재정적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투명한 한국 상황〓아시아 경제의 향방을 판단하려면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 전망이 불확실한 국가의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향후 아시아의 경제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 전망이 불확실한 국가의 동향에 달려 있다.

한국은 전자산업의 수출시장 축소와 고유가에 따른 타격이 심할 것이다. 또 구조조정 부진에 대한 외국 투자자의 실망이 커지고 있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특히 한국증시가 미국 나스닥과의 동조현상이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큰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나스닥의 기술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한국도 기술주가 붐을 이뤘다. 하지만 투자할 만한 기업이 미국처럼 많지 않아 펀드매니저와 투자자는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 주식을 집중 매입해 왔다. 따라서 반도체 등 전자산업의 수출과 이윤이 줄면 한국 증시 전체가 곤두박질 칠 수 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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