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에드윈 퓰너 이사장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퇴임전 외교 업적을 쌓기 위해 방북을 서두르고 있다”면서 “클린턴 대통령은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있고 난후 방북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미안보연구회가 주최하는 ‘한국과 동북아시아―한국전쟁이후 반세기’ 세미나(동아일보 후원)에 참석하기 위해 25일 내한한 퓰너 이사장은 “김위원장이 사석에서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언급한 것에 너무 흥분해서는 안된다”면서 “남한과 미국은 북한이 발사 중단을 명문화하도록 외교적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일 3국의 대북관계 개선은 속도 조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속도 차로 인해공조에 균열이 생기면 전체적인 대북 논의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퓰너 이사장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방북하기전 만나 평양방문후 한미일 외무장관 회담을 갖도록 건의했다고 소개했다.
미국 대선으로 화제를 옮기자 퓰너 이사장은 “이번 선거는 60년대초 존 F 케네디―리처드 닉슨 대결 후 가장 치열한 접전이 될 것”이라며 “이번만큼 승자를 점치기 힘든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두 후보의 장단점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공화당의 조시 W 부시 후보는 기업경영 경험이 많고 정치적 협상에 능한 반면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워싱턴 경험이 풍부하고 세계적인 지도자들과 친분이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부시 후보를 지지한다면서 “고어가 복잡한 수치를 내걸었다면 부시는 비전을 내걸었다”며 “최근 다시 부시의 지지율이 오르는 것을 보면 미국인들은 수치보다는 비전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퓰너 이사장은 “경제나 국내 정치 문제에서 두 후보간 견해차가 크지만 외교 안보 정책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다”면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주한미군 주둔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북한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한다는 일부 비판에 대해 “20년 동안 알고 지내온 김대통령은 개인적 업적을 위해 국가 이익을 희생하는 인물이 아니다”면서 “단지 대북 관계에 치중하느라 개혁 문제를 소홀히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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