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올린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았던 콜레스니코프 대위는 출항 직전 사고를 예감했던지 군번과 십자가를 벗어 부인에게 남겼다고 한다. 또 부인에게 써주었던 사랑의 시 가운데에는 마치 침몰사고를 예언한 듯한 내용이 들어 있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 시에는 “나는 그대 속으로 침몰한다. 당신의 눈과 영혼 속으로. 진정한 잠수함 승무원답게 거품도 소리도 없이…”라는 구절이 들어 있었다.
러시아의 민영 NTV 등 주요 언론 매체는 28일 이 소식을 크게 보도하면서 늑장 구조를 펼친 정부에 대한 유족의 울분을 전했다. 26일 인양된 콜레스니코프 대위의 시신에서는 어둠 속에서 산소부족으로 의식이 가물거리는 가운데 부인에게 남긴 메모가 발견됐었다. 러시아 군 당국은 “이 메모에 사고 원인을 밝혀낼 단서가 담겨 있지만 사적인 내용이 많아 공개할 수 없으며 유족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