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자마자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여 이 병원에 요한을 데려온 생모는 중증장애아임을 확인한 뒤 말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요한은 기도협착증과 녹내장 그리고 정신장애까지 앓고 있다. 생모가 이 아이를 버리고 간 뒤 김미룡(金美龍·36)수간호사 등 이곳 간호사 17명이 합심해 그동안 엄마 역할을 해왔다. '온유하고 겸손하게 자라라’는 의미의 '요한’이라는 이름도 간호사들이 지어준 것.
요한은 목에 꽂은 튜브를 통해 호흡을 하고 위장과 연결한 관을 통해 우유와 이유식을 먹는다. 한시간이 멀다 하고 기도에 끼는 가래를 제거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
간호사들은 기저귀를 사다 나르고 침대 머리맡에 그림과 요한의 사진을 붙여주며 정성을 다하고 있다. 돌아가며 요한을 가슴에 안아 엄마의 가슴박동을 느끼게 해주었으며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기도 했다.
총각인 엑스레이 기사 황모씨(29)는 '아빠’가 되어주었다. 이제 요한은 일어서서 발을 떼지는 못해도 뒤집기도 하고 방실방실 웃기도 한다.
중환자실에 들어온 지 1년이 된 28일에는 돌 잔칫상을 마련해 줬다. 케이크와 김밥 실 돈 공책 중에서 요한은 공책을 집었다.
간호사들은 더 이상 이 병원에서 키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고민에 빠졌다. 김미룡 수간호사는 "요한을 내 아이처럼 키워줄 보호기관을 찾고 있다”며 가슴 아파 했다.
<강릉〓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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