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2000]새벽 낯붉힌 '전화 舌戰'

  • 입력 2000년 11월 9일 23시 14분


플로리다주 선거 결과 때문에 미국 전역이 극도로 혼란스러웠던 8일 새벽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에게 ‘당선 축하’전화를 걸었다가 취소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간에 불꽃튀는 설전이 오갔다고 AP통신이 9일 보도했다.

새벽 2시 20분경 고어후보는 CNN 방송을 통해 부시후보의 ‘당선 확정’ 소식을 접한 다음 부시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승리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주정부가 잠시후 재검표에 들어간다고 밝히자 고어후보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30분전쯤 패배를 인정한 축하인사를 취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고어후보는 “플로리다주 재검표 결과가 나와봐야 당선 결과를 알겠군요. 너무 야박하게 말한다고 생각지 마세요”라고 부시에게 말했다.

이에 당황한 부시후보는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그러니까 지금 당신은 조금 전에 축하전화를 걸어 밝혔던 ‘패배 인정’을 철회한다는 뜻인가요”라고 되물었다. 부시 후보의 손에는 이때 보좌관들이 써준 당선소감 연설문이 들려 있었다.

고어후보는 차가운 목소리로 “하나 분명히 해둘 점이 있습니다. 당신 동생(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이 이번 선거에서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명심하세요”라고 대응했다. 이는 젭 부시 주지사가 형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 확정’사실을 통보해주었다는 보고를 듣고 형과 아우가 무슨 엉뚱한 수작이냐고 경고한 말이었다.

예의상 하는 당선축하 인사지만 너무 일찍 하면 이처럼 어색한 일이 생기는 수도 있나보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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