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2000]“백악관 명예를 훼손말라”

  • 입력 2000년 11월 12일 23시 26분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를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자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매체가 앨 고어 민주당 후보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에게 감정적인 행동을 자제해 법적 소송으로 가지말고 이성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뉴욕타임스는 9일에 이어 10일 사설을 통해 양당에 대해 “이번 문제는 법적 투쟁이나 재투표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슬픈 현실이긴 하지만 어떤 선거도 완벽할 수 없으며 항상 논란과 결함이 따르게 마련”이라며 “한 시민으로서 고어 후보가 불만을 법의 심판대에 올릴 권리가 있기는 하지만 세계 지도자의 역할을 추구하는 정치인으로서 이번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부시 후보에게도 정치적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신문은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고어 후보의 측근들이 함부로 ‘헌정위기’라는 용어를 동원하고 12월18일에 있을 선거인단 투표를 봉쇄하겠다는 등의 발언을 하고 있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후보 진영에 대해 “이 시점에 권력인수팀을 구성하는 것은 사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어떤 형태로든 민주 공화 양 진영은 최대한 빨리 대선의 승자를 합법적으로 확정짓는 일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도 12일 사설에서 “백악관의 명예를 되찾겠다던 두 후보가 오히려 백악관의 명예에 먹칠을 하고 있다”면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두 후보는 깨끗이 승복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고어 후보가 법적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은 위험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USA투데이는 11일 사설에서 “양측 후보는 지금 의견 차를 해결하는 쪽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상대 진영과의 전쟁을 위해 무장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들이 이러한 노선을 완전히 바꾸지 않는 한, 어느 쪽도 국민한테 대통령으로서의 신망을 얻지는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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