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주한 호주대사관 공보실장 취임 박영숙씨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38분


서울 외교가의 ‘마당발’로 통하는 영국대사관 공보관 박영숙(朴英淑·46·여)씨가 호주대사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언론계뿐만 아니라 정계 관계 재계에 걸쳐 광범위한 친분관계를 유지해 주한 영국대사관의 홍보에 톡톡히 한몫을 하던 그의 이적(移籍)은 그 자체로서도 화제지만 그 배경에 깔린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박씨는 다음달 서울주재 호주대사관의 문화공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문화공보실장은 본국의 홍보 및 중요한 사항을 주재국에 알리는 일을 총괄하는 자리로 그 중요성 때문에 본국에서 파견된 외교관이 맡는 게 당연시돼왔다. 직위로 보면 공보관보다 상위직급으로, 내국인으로서는 서울주재 외국대사관의 최고위직에 오르는 셈이다. 박씨는 82년 공채를 통해 영국대사관에 들어가 18년간 근무해왔다.

박씨가 이번에 나름대로 정든 영국대사관을 떠나기로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수양부모협회’(02―706―7177, babylove.simin.org) 일 때문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박씨의 주도로 발족한 이 협회는 부모에게 버림받아 갈 곳 없이 방황하는 어린이들에게 수양부모가 돼주는 운동을 펼치는 단체. 이 협회의 어린이 쉼터인 ‘오픈하우스’를 서울 성북구에 열면서 은행 빚을 지게 됐다는 것.

1억5000만원의 빚 중 5000만원은 지인(知人)들이 도와줘 메울 수 있었지만 나머지 1억원은 갚을 길이 없었다. 결국 박씨는 영국대사관을 떠나며 그 퇴직금으로 빚을 갚기로 결심했다는 것.

박씨는 호주대사관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으면서 수양부모협회 회장 겸직을 인정해 달라는 조건을 내세웠다. “지금까지 두 가지 일을 하면서 은근히 눈치가 보였는데, 이번에는 아예 ‘겸직’을 조건으로 내세웠다”는 게 박씨의 설명.

박씨는 “어린이들을 돌보는 일뿐만 아니라 새로운 업무 또한 열심히 해 주위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