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2000]부시-고어후보 대리전 치열

  • 입력 2000년 11월 16일 18시 59분


“드디어 매듭이 지어졌구나 하면 또 다른 소송이 제기돼 혼란을 겪으니….”

미국 대통령 선거의 향방을 결정할 플로리다주 수작업 재검표를 둘러싸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이 계속되자 팜비치 카운티의 선거감독위원장 찰스 버튼판사(41)는 15일 오후 기자들에게 이렇게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플로리다주 수작업 재검표 문제는 캐서린 해리스 주 국무장관과 팜비치 등 일부 카운티들이 각각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의 입장을 옹호하는 대변자로 나서‘대리전’을 벌이면서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관련기사▼

[美플로리다 국무장관 "수작업 재검표 인정못해"

수작업 재검표를 둘러싼 팜비치 카운티의 상황은 15일만 해도 재검표 예정(오전7시)→선거감독위 재검표 잠정 연기(오전9시)→카운티 법원의 선거감독위 재량권 인정 판결(오후1시)→주대법원의 수작업 재검표 중단 요청 기각(오후4시)→선거감독위 16일 오후1시 수작업 방법 논의키로 결정(오후6시)→해리스 주 국무장관 수작업 결과 불인정 선언(오후9시) 등 시시각각 반전을 거듭했다. 엎치락뒤치락했던 14일의 상황과 비슷한 혼란이 하루종일 계속된 것.

혼란은 공화당 소속인 해리스 주 국무장관이 ‘신중하게 객관적으로 판단하라’는 리언카운티 순회법원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수작업 결과를 개표 결과에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발표함으로써 극에 다른 느낌이다. 해리스 장관은 일부 카운티로부터 수작업 재검표가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서한을 받은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결정, 민주당측의 거센 항의를 불러일으켰다. 해리스 장관은 “각 카운티가 제출한 이유서를 검토한 결과 수작업 재검표를 인정할 만한 타당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해리스 장관의 결정에 맞서 16일 오전 수작업 재검표 관철을 위한 항소심 과정을 밟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팜비치 카운티와 볼루시아 카운티도 항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볼루시아 카운티는 이미 개표 결과 보고 마감 시한 연장을 거부한 리언 카운티 순회법원의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다.민주당 소속으로 팜비치 카운티의 전면 수작업 재검표를 강력히 주장해온 캐롤 로버츠 팜비치 선거감독위원은 공화당 지지자들로부터 각종 위협에 시달리고 있지만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테러 위협까지 계속되자 로버츠 감독위원과 투표용지 디자인을 잘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테레사 리포 선관위원은 기자회견장에 드나들 때도 경찰의 경호를 받고 있다..

주 장관과 카운티의 줄다리기가 하루종일 계속되자 재검표 작업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모였던 자원봉사 개표 요원 50여명과 양당 참관인 50여명은 무료하게 자리를 지키다 오후 늦게야 불만이 가득 찬 표정으로 귀가했다.

<신치영기자·웨스트팜비치〓이동관기자>higgledy@donga.com

▼ 고어 회심의 제안 "州전지역 手검표를" ▼

투표는 끝났으나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시험은 계속되고 있다.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느냐가 중요하다.

지금이야말로 유권자 한사람 한사람을 존중하고 국민의 진정한 뜻을 존중해야 하는 시기이다.

현재 진행중인 플로리다주 일부 카운티의 수작업 재검표는 완료돼야 한다. 기계는 때로 투표용지를 잘못 판독하거나 유권자의 뜻을 제대로 알아내지 못한다. 수작업 재검표를 완료한다면 나는 그 결과에 깨끗이 승복할 것이며 더 이상의 어떤 법적 대응도 하지 않을 것이다. 조지 W 부시 주지사가 원한다면 플로리다주의 전체 카운티의 수작업 재검표도 수용하겠다.

둘째, 최종 개표 결과가 나오기 전에 가능하면 빨리 부시 후보와 단독으로 만나고 싶다. 이 만남은 협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양측간 대화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나와 부시후보는 최종 결과가 발표되고 나서도 국가의 단결을 위한 만남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종 개표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현 상황이 나와 부시 주지사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리〓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 부시 단호히 거절 "부재자표로 끝내자" ▼

그동안 기도하고 격려해준 많은 유권자에게 감사한다. 모든 미국인은 플로리다주에서 법에 의거한 공정하고 정확한 개표가 이루어지기를 원한다. 우리는 현재의 선거절차가 공평하고, 정확하며, 마지막이라는 3가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이번 선거는 미국인과 플로리다의 전 유권자에게 공평해야 한다. 나는 모든 한 표의 가치를 존중한다. 내가 플로리다 전역의 자동재검표를 지지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둘째, TV에서 보았듯이 수작업 재검표는 인간의 실수와 정치적 의도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 개표와 재검표까지 마친 투표용지를 손으로 재검하면 실수의 가능성이 더 커진다.

셋째, 미국을 위해서 이제는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할 단계다. 미국과 세계는 차기 대통령을 알아야 할 시점이다. 플로리다법에 개표 시한이 정해진 것도 그 때문이다. 해외부재자투표는 17일 최종 마감한다. 그 결과 누가 승리할지 아무도 모른다.

고어 후보가 플로리다주 일부 카운티에 수작업 재검표를 제안한 것은 플로리다 유권자의 한 표가 다르게 평가받는다는 걸 뜻한다. 이것은 공정하지도, 정확하지도 않다. 오히려 독단적이고 혼란스럽기만 할 것이다. 이번 선거는 거래나 여론조작이 아닌 투표와 법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정리〓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