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케이트 윈슬렛 '용기있는 변신'

  • 입력 2000년 11월 28일 18시 27분


영화사상 최고의 히트작인 <타이타닉>으로 아카데미상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던 배우 케이트 윈슬렛이 다음 작품으로 비교적 소규모 영화인 <하이디어스 킨키>(Hideous Kinky)을 선택했을 때 그녀의 매니저들은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윈슬렛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윈슬렛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타이타닉>의 엄청난 성공에 휩쓸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할리우드 영화를 피하게 됐다.”

올해 25세밖에 되지 않았지만 10대 때부터 연기생활을 해온 윈슬렛은 보통 A급 여배우들의 특징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 물론 그녀는 아름답다. 그러나 그녀는 나뭇가지처럼 빼빼 마른 말라깽이도 아니고, 로스앤젤레스에서 살지도 않는다. 게다가 그녀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영화의 굉장한 배역들을 마다하고 <홀리 스모크>(Holy Smoke)나 <퀼스>(Quills) 같은 특이한 영화들에 출연했다.

22일 미국에서 개봉된 그녀의 최신작 <퀼스>는 사드 후작의 말년을 기록한 작품이다. 윈슬렛은 런던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태어난 지 3주 된 딸을 무릎 위에 재운 채 이 작품을 선택했을 당시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대본은 정말로 충격적이었다. 충격적이란 다시 말해서 모든 것이 비열하고 극단적이며 굉장했다는 뜻이다. 나는 할리우드 영화사인 폭스 스튜디오가 이런 영화를 만드는 것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용기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합류했다.”

<퀼스>는 사드 후작이 수감된 정신병자 요양소를 무대로 하고 있다. 사드 후작은 1801년에 음란 소설과 희곡들을 출판한 혐의로 체포되어 이곳에 갇히게 됐고, 낭만적인 꿈을 꾸는 세탁부 마들렌(윈슬렛)이 그의 작품들을 몰래 반출한다.

윈슬렛은 “위험한 작품이었다…”며 말끝을 흐리고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웃음으로 대신한 것은 마들렌을 사랑하는 쿨미어 신부가 마들렌의 시체와 성행위를 하는 장면에 대한 언급이었다. 윈슬렛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시체와의 성행위도 조금은 지나친 것이다. 그런데 시체와 성행위를 하는 사람이 신부이고 장소는 교회 안이라면, 이보다 더 논란을 불러일으킬 일은 없을 것이다.”

윈슬렛은 이 장면에서 벌거벗고 누워있는 시체의 역할을 했을 뿐이지만, 앞으로 이 장면에 대해 쏟아질 항의들을 생각하며 왠지 즐거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1119mag―winsle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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