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법무장관 부패혐의 전격해임…현직 각료로는 처음

  • 입력 2000년 12월 1일 18시 39분


중국에서 반부패 투쟁이 고위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건국 이래 처음으로 국무원의 현직 사법부장(법무부장관)이 부패 혐의로 해임됐다.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가오창리(高昌禮) 사법부장이 '경제와 정치문제'로 해임되고 장푸선(張福森) 베이징시 당위원회 부서기가 지난달 27일 후임으로 임명됐다고 1일 밝혔다.

주룽지(朱鎔基) 총리 내각에서 현직 장관이 장관 재임시의 부패 문제로 인해 해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가오부장은 98년 3월 사법부장에 부임한 이래 자신과 친한 사람을 중용하는 등 인사를 전횡해 사법부 내에서 큰 불만을 샀으며 사법부의 공무원주택을 여러 채 가로채는 등 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가오부장에 대한 비리 혐의 조사는 그의 고향인 산둥(山東)성 위타이(魚臺)현에 있는 인쇄공장에서 장쩌민(江澤民)주석의 어록을 자의로 출간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주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록이 발간되자 크게 노해 경위 조사를 지시했다는 것.

장주석은 이 책이 출간되자 당 안팎으로부터 마오쩌둥(毛澤東) 사망 이래 금기시 돼온 개인숭배 조장이라는 비난을 받는 등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렸다는 후문이다.

역대 중국 지도자 가운데 마오쩌둥만이 '어록'을 남겼으며 덩샤오핑(鄧小平)은 자신의 연설 등을 모은 '문선'(文選)을 남겼으나 장주석은 아직 이에 필적하는 저술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가오부장은 이 틈을 타 장주석의 어록을 발간함으로써 충성을 과시하는 한편 개인으로서는 경제적 이익을 도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장푸선 사법부장은 가오부장이 사법부장으로 부임하기 전 사법부 부부장(차관)까지 지내는 등 사법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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