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제 기구 및 연구소들이 내놓은 전망들을 종합하면 지구촌 경제가 내년에도 계속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세계 경제가 올해 4.7%보다 낮은 4.1%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기관의 전망도 대부분 3.8∼4.1% 수준.》
이같은 분석은 침체 국면을 맞은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하고 고유가 행진이 진정되는 등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한 것. 하지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 유례 없는 침체 국면에 돌입할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내년의 세계 경제를 좌우할 주요 변수들을 살펴본다.
▼美 경착륙땐 최악의 침체기 돌입▼
▽미국 경제의 연착륙이 관건〓일부에서는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우려도 있다고 보고 있다. 9월 한달 무역적자가 사상 최고치인 342억6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데다 경상수지 적자가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유럽 등지에서 유입된 대규모 자본이 급속히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와 더불어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경기가 침체되면 소비가 급속히 위축돼 경기 급랭으로 이어지면서 경착륙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오랫동안 강세를 유지해온 달러 가치가 갑자기 폭락할 경우 세계 경제의 공황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최근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실패할 확률이 30%까지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미국 채권시장협회(BMA)는 5일 내놓은 경제전망보고서에서 내년 미국 경제의 성장률을 올해의 4.1%보다 크게 둔화된 3.1%로 내다봤다. 이는 올 6월 이 위원회가 예상했던 3.4%보다도 낮아진 수치.
그러나 미국에 유입된 자본은 투기자금이 아니라 투자자금의 성격을 띠고 있어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급속히 유출될 위험이 별로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 또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이끄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통한 시장개입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고 미국의 대외신인도가 갑자기 하락할 가능성도 적어 자금조달에 애로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양성수 선임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디지털 경제로 이행하면서 생산성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어 비관론보다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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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내년 봄 이후 한풀 꺾일듯▼
▽고유가 언제까지〓현재의 고유가 현상은 최소한 내년 봄까지는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난방유 부족에 대한 우려에다 중동의 위기 고조가 고유가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 국제통화기금(IMF)은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0.3∼0.5%포인트 더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배럴당 50달러선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한 골드만삭스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기관이 상반기 중 30달러, 하반기엔 27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30달러 이내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석유협회는 5일 현재 난방유 등 미국의 정유제품 재고분이 당초 예상(30만∼60만배럴)보다 훨씬 많은 330만배럴이나 증가해 난방유 부족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낮아졌다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미국 난방유를 제외하면 세계적으로 원유는 초과공급 상태이기 때문에 내년 봄 이후 유가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국가 GDP 성장률 예상치(%) | |||
국가 | 2000년 | 2001년 | 2002년 |
한국 | 8.9 | 5.8 | 5.6 |
미국 | 5.2 | 3.5 | 3.3 |
일본 | 1.9 | 2.3 | 2.0 |
유럽연합(EU) | 3.4 | 3.0 | 2.7 |
OECD 회원국 평균 | 4.3 | 3.3 | 3.1 |
내년 세계경제 성장 전망(%) | |||
기관 | 2000년 | 2001년 | 전망 시점 |
국제통화기금(IMF) | 4.7 | 4.2 | 2000년 9월 |
와튼계량경제연구소 | 4.6 | 4.2 | 2000년 7월 |
메릴린치 | 4.2 | 3.4 | 2000년 9월 |
삼성경제연구소 | 4.5 | 3.8∼4.0 | 2000년 12월 |
▼미-유럽간 성장 불균형 위험 요소▼
▽기타 변수들〓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경제블록간의 경제 및 금융 불균형이 얼마나 해소될 수 있느냐도 관건. 지난해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 일본은 미국과의 불균형을 어느 정도 해소했지만 미국과 유럽의 성장 격차는 여전히 위험요소로 남아 있다.
유럽 각국은 유로화의 가치 하락으로 인해 물가 상승과 국제투자자금 이탈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BC)은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금리 인하 유혹을 받고 있지만 물가 상승에 대한 불안으로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실정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해외경제실장은 “세계 경제가 서로 얽히고설킨 ‘스크럼 경제’의 모습을 띠고 있어 어느 한쪽이 흔들리면 전체가 무너질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