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2000]양진영 대법 판결에 촉각

  • 입력 2000년 12월 11일 18시 35분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에 관한 연방 대법원의 심리를 하루 앞둔 10일 ‘최후의 결전’에 대비해 소송 전략을 면밀히 검토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또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는 ‘당선 굳히기’를,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막판 뒤집기’를 위해 주요 인물을 TV 방송에 출연시켜 각자의 입장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렸다.》

▽공화당〓연방 대법원이 9일 플로리다주의 수작업 재검표를 잠정 중단시킨 것에 고무돼 최종 판결에서의 승리를 낙관하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부시 후보의 측근인 존 엥글러 미시간주 지사는 “연방 대법원 심리에서 이번 대선의 불확실성이 최종적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부시 진영의 핵심 인사들은 연방 대법원 판결 이후 고어 후보의 패배 인정이 곧 뒤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부시 후보가 발표할 당선 사례문에 국민의 단합을 호소하는 내용을 담기 위해 중지를 모으는 등 비교적 여유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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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고어 후보 지지 유권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지난달 7일 밤 부시 후보의 당선 보도가 있었을 때 했던 것과 같은 경축 행사는 생략할 생각이다. 그 대신 당선 확정 직후 차기 행정부의 주요 명단을 발표하는 등 민심 수습과 정권 인수 준비를 서두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연방 대법원이 9일 판결에서 다수 의견으로 부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최종 결론을 예고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부시 진영 일각에서는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과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이 평소 대법관들의 견해가 보수와 진보로 날카롭게 부딪칠 때 중도에서 일종의 ‘캐스팅 보트’를 행사해 왔던 점을 우려하고 있다. 다수파에 가담했던 이들이 실제 판결에선 소수 의견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조지 W 부시 후보는 이날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오스틴의 주지사 관저로 돌아왔으나 특별한 공식일정은 갖지 않았다.

▽민주당〓연방 대법원의 판결에서 지면 앨 고어 후보의 역전승 전략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배수진’을 치고 심리 준비에 총력을 기울였다.

고어 진영은 10일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온 워런 크리스토퍼 전 국무장관의 건의에 따라 플로리다주 대법원에서 2번의 승리를 거둔 주역인 데이비드 보이스 변호사를 11일 심리에 교체 투입키로 했다.

대신 저명한 헌법학자로 1일 대법원 심리 때 나섰던 로런스 트라이브 하버드대 법대 교수에겐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변론서 작성에 관여하는 역할을 맡겼다.

고어 후보 진영은 보이스 변호사를 10일 주요 TV방송의 토크쇼에 출연시켜 시청자들에게 직접 플로리다주 재검표의 당위성을 설득하게 했다. 이는 그의 뛰어난 변론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 고어 후보는 조지프 리버맨 부통령 후보를 중진 의원들에게 보내 연방 대법원의 판결에 동요하지 말고 끝까지 지지해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그는 일요 예배에 참석한 뒤 부통령 관저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개최하며 긴박한 상황에서도 애써 여유를 과시했다. 그러나 민주당측 일부 의원들은 선거다툼 장기화로 지역구의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 대법원에서 질 경우 고어 후보가 승복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느긋한 부시, 초조한 고어’로 요약되는 현재의 구도에서 연방 대법원의 판결과 패자의 승복 여부에 따라 미 대선 정국은 혼미 국면을 빠져나와 안정을 찾을 수도, 또 한번 롤러코스터를 타듯 요동칠 수도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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