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가 있기 전날인 지난달 6일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는 23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아 참모들이 마련한 축하파티에서 부인 로라 부시여사(54)를 “내 정치 인생의 조타수”라고 치켜세웠다.
로라여사는 현 퍼스트레이디인 힐러리 클린턴여사와는 여러 면에서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일류 변호사로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쳤던 힐러리여사와 달리 그는 초등학교 교사와 도서관 사서로 일하다 결혼한 뒤에는 가사에만 전념해 왔다.
힐러리여사가 남편이 주재하는 회의에까지 참석할 정도로 정치적 성향이 강하다면 로라여사는 “남편에게 정치적 조언은 거의 하지 않는다”며 전면에 나서기를 꺼린다.
결혼 전까지 민주당원이었던 로라여사는 77년 부시 후보를 만난 지 3개월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정치를 싫어했던 로라여사는 정치 명문가 출신인 부시 후보를 소개시켜 주겠다는 제의를 수차례 거절하다가 그를 만나본 뒤 인간적 매력에 끌려 초고속으로 결혼에 골인했다.
로라여사는 80년대 초 텍사스에서 석유사업을 하며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던 남편에게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치에 입문하도록 설득했다.
플로리다주 재검표 작업과 법정 투쟁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로라여사는 거의 언론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렇지만 부시 후보는 “아내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며 조용한 내조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로라여사는 선거유세 기간 중 가정의 가치에 관한 연설을 자주 했다. 쌍둥이 딸인 바버라와 제나를 언론에 전혀 노출시키지 않은 것도 사생활 보호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로라여사의 신념 때문.
텍사스주 지사인 부시 후보가 강력히 추진해온 텍사스주 교육 개혁에도 로라여사의 관심과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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