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판결 의미와 전망]고어측 회심의 역전승 원천봉쇄

  • 입력 2000년 12월 13일 18시 31분


미국 대통령 선거에 관한 12일 미 연방 대법원의 판결은 형식적으로 최종적인 사법적 판단을 플로리다주 대법원에 넘겼으나 사실상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를 미국의 43대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했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공식적으론 18일 각 주 선거인단의 대통령 선출과 내년 1월초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부시 후보의 당선을 불확실하게 만들 변수가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연방 대법원은 이날 대법관 9명중 7대2의 다수결로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수작업 재검표는 연방 헌법에 규정된 ‘평등 보호’와 ‘적절한 절차’ 조항에 위배된다고 지적, 플로리다주 대법원에 대해 연방 헌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를 재심하도록 판결했다. 이에 따라 수작업 재검표를 통한 극적인 역전승을 꿈꾸던 앨 고어 민주당 후보는 결국 백악관 입성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그동안 고어 후보의 입장을 지지해 오긴 했지만 선거인단 선출일인 18일까지 위헌의 소지가 없는 재검표 기준을 만들어 이를 시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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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대법원은 특히 법정 선거인단 선출 마감일인 12일 이후로 선거인단 선출을 연장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못박아 고어 후보측은 이미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인단을 선출할 수 있는 시한도 넘겼다.

결국 고어 후보가 마지막으로 기댈 언덕은 선거인단 투표에서 공화당 측 선거인 중 일부가 민주당 쪽으로 ‘변절’하거나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할 내년 1월초 연방 의회에서 논란 끝에 플로리다주의 선거인단이 무효가 되는 상황뿐이지만 이는 논리적으로는 가능해도 현실적으로는 기대하기 힘든 시나리오다.

연방 대법원이 부시 후보의 손을 들어주리라는 것은 그 동안의 심리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연방 대법원은 4일 대선에 관한 1차 판결에서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지난달 개표보고 마감시한을 14일에서 26일로 연장하고 일부 카운티의 수작업 재검표를 인정하도록 한 것은 근거가 없다며 이를 재심하도록 사건을 플로리다주 대법원에 되돌려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8일 자동 개표기가 유권자들이 어느 후보에게 투표했는지를 판독하지 못해 무효 처리된 표들에 대한 전면적인 수작업 재검표를 명령하자 연방 대법원은 공화당의 긴급 청원을 받아들여 다음날 이를 잠정 중단시켰었다.

특히 이때 가장 보수적인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은 “대법관 중 다수는 이번 대선에서 원고(부시 후보)의 실질적인 성공 가능성을 믿고 있다”며 “재검표는 원고에게 돌이킬 수 없는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고 말해 부시 후보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것임을 예고했었다. 실제로 12일 부시 후보에게 결정적 승리를 안겨준 대법관들은 9일 판결에서 다수 의견을 냈던 5명의 보수적인 대법관들이었다. 이들을 포함, 연방 대법관 9명 중 7명이 공화당 정권에 의해 임명됐기 때문에 부시 후보는 당초부터 고어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었다.

연방 대법원은 통상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선 전원 일치의 판결을 모색해 온 게 관례였지만 보수적 대법관과 진보적 대법관들의 견해가 극명히 갈려 이번 심리에서는 의견일치를 보지 못해결국 진통 끝에 다수결로 부시 후보를 밀어줬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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