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당선자의 드러난 참모들 중에 아시아, 특히 한반도 문제에 대해 정통한 식견을 가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아직 어떤 정책방향이 섰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전통적인 공화당의 외교 노선이나 측근들의 성향에 비추어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을 뿐이다.
▼햇볕정책은 지지 입장▼
공화당 사람들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햇볕정책이나 클린턴 행정부의 적극개입정책을 탐탁지 않게 생각해 왔던 게 사실이다. 힘의 언어밖에 못 알아듣는 불량국가에 대한 유화정책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남북관계 진전은 이러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부시 행정부의 외교팀 구성과 정책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북한 개발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필자의 주장에 대해 그동안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필자의 생각이 옳았다고 인정하며 김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자기가 전혀 예상치 못한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고 치하해 마지않았다.
부시 당선자의 참모이며 대북 강경파인 폴 월포위츠도 최근 공개석상에서 인권투사였던 김 대통령이 억압적 독재자인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킨 것을 놀라운 일이라며 대북정책이 궁극적 성공을 바라는 입장을 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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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 신봉 통상압력 강화할듯 |
▼북한 군사증강땐 강공펼듯▼
북한이 현재의 방향대로 나가는 한 부시 행정부는 햇볕정책을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군사력 증강을 실리를 얻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는 과거의 패턴으로 돌아간다면 유화정책으로 무마하지 않고 북한이 크게 손해 볼 것임을 분명히 할 것이다.
부시 외교팀은 북―미관계에 대한 검토에 들어갈 것이며 이에 따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미 회담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한가지 필자가 기대하는 것은 빌 클린턴 행정부가 부시 팀과 상의한 뒤 새 대통령 취임(내년 1월20일) 전에 북한을 테러리즘을 행하는 국가의 명단에서 빼는 일이다. 이는 북한의 금융기구 가입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서 조만간 이루어져야 될 일인데 이를 새 행정부가 들어선 뒤에 행하게 되면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신호로서 작용하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한-미 대북정책 조화필요▼
한반도 정책을 포함해서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아직은 구체화된 단계는 아니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까지보다는 힘의 외교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과거 공화당 외교정책이 냉전해소로 이어졌듯이 역설적으로 한반도 냉전종식에 일조할 수 있다.
본질적으로 ‘당근’인 햇볕정책이 북한을 앞으로 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면 본질적으로 ‘채찍’인 힘의 외교는 뒤에서 미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이 지혜롭게 조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채수찬(미 라이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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