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부시 당선자는 17일 대선전을 총괄한 ‘강철 3총사’ 중 2명을 백악관 핵심보좌진에 지명했다. 부시 당선자는 먼저 독일병정같은 이미지로 앨 고어 민주당 후보를 끈질기게 공박한 캐런 휴즈 홍보위원장(43)을 백악관 고문에 내정했다. 선이 굵은 여장부로 부시의 입 역할을 해온 휴즈씨는 1m90에 육박하는 큰 키에 골격과 말씨까지도 남자 못지 않은 강한 인상의 소유자.
‘정치전쟁의 기술’을 집필한 수석전략가 칼 로브(48)도 정치특보로 내정됐다. 그는 대선전을 정책이나 능력대결이 아닌 ‘성품대결’로 몰고가 고어 후보를 ‘거짓말쟁이’ ‘허풍쟁이’로 몰아붙이는 전략으로 부시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히스패닉인 텍사스주 대법관 알베르토 곤살레스는 백악관 법률고문에 지명됐다. 이 자리는 대통령과 백악관의 정책과 윤리문제에 관한 법률조언은 물론 법안의 서명 여부를 조언하는 중책. 곤살레스 고문내정자는 하버드 법대 출신으로 이미 95년 초 부시의 텍사스주지사 첫 임기 때부터 최고 고문변호사를 지냈으며 당시 7번이나 초고속 승진할 만큼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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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3명을 텍사스에서는 ‘부시의 친구들(FOB·Friend Of Bush)’로 부른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인의 장막’을 치고 있다고 비판할 정도로 이들의 부시에 대한 충성심은 지극하다. 부시 당선자는 비판여론에 대해 “나는 그들의 판단력을 믿으며 그들은 나의 친구들”이라고 옹호하고 있다.
부시 당선자가 임명할 고위직이 아직도 많기 때문에 많은 텍사스인들이 자천타천으로 새 행정부 참여를 고대하고 있다. 부시의 워싱턴행을 환송하러 나온 우주항공 전문가 마크 라이프는 17일 “나도 텍사스인으로서 새 대통령을 돕기 위해 발탁해 달라는 이력서를 메일로 정권인수위에 냈다”고 말했다. 오스틴에서 만난 많은 텍사스 주민들은 “텍사스주의 인물들이 썰물처럼 모두 가버리진 않겠지만 텍사스 출신들이 어렵사리 당선된 새 대통령을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알래스카주 다음으로 영토가 크고 미 연방 건설 당시 독립공화국이기도 했던 텍사스주. 상하원 의사당의 돔 높이가 워싱턴 연방의사당의 돔보다 14피트(약 4.3m)나 높을 정도로 자존심 강한 텍사스인들이 ‘세계 정치의 심장’인 워싱턴에서 한바탕 바람을 일으킬 것 같다.
○…부시 당선자에 대한 경호가 최근 들어 엄청나게 강화됐다고 17일 부시 지지자들이 설명. 워싱턴으로 부시당선자를 환송하기 위해 지사관저 앞에서 기다리던 지지자들은 “며칠 전만 해도 부시 당선자와 악수를 나눴는데 이제는 리무진에서 손만 흔들고 지나간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서운하지만 우리는 그가 자랑스럽다”고 언급.
‘부시 파이팅’ ‘부시 대통령’을 연호하던 줄리 프로섹(여)은 “미국에서는 4년마다 작은 혁명(대통령선거를 뜻함)이 일어나는데 클린턴 행정부 8년 동안에는 혁명은커녕 타락만 깊어졌다”며 “새 대통령이 르윈스키 스캔들 등의 은폐된 진상을 규명해 줬으면 한다”고 주문.
○…대통령 고문으로 임명된 캐런 휴즈는 잠시 시간을 내 환송나온 지지자들과 악수한 뒤 한 아이의 티셔츠에 사인을 해주기도.
휴즈씨는 기자가 악수하면서 “한국에 관한 새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한마디 해달라”고 요청하자 “지금은 너무 바빠 뭐라고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미안하지만 곧 짐을 꾸려 워싱턴으로 떠나야 한다”고 답변.
○…고교교사인 에블린 스미스는 “고어는 워싱턴에 너무 오래 있었기 때문에 민심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서 “부시가 당선된 것은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주장.
멕시코에서 교사연수를 했다는 그는 “미국은 먼 거리에 있는 일본 중국 한국 등과만 경제적인 교류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중남미 국가들과 경제적 유대를 깊게 해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당부.
<오스틴(미텍사스주)〓윤희상기자>he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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