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사이에 명암이 엇갈린다. 진출한 지 5, 6년 만에 유명 브랜드로 자리잡은 기업이 있는가 하면 중국 사정을 만만하게 보고 진출했던 상당수의 중소기업은 파산하거나 철수했다. 중국에서 활동중인 한국 기업의 현주소를 2회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
SK그룹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지난해 말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중국진출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였다. SK그룹은 위험부담이 크다며 중국진출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중국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먼저 진출한 한국 기업이 성공을 거두자 진출하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대우 56개 합작사도 성과▼
95년 진출한 LG는 유명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1200만달러를 들여 세운 광둥(廣東)성 후이저우(惠州)의 CD롬 생산공장은 가동 3년 만에 중국 내 생산량 1위를 차지했으며 내년 매출목표는 10억달러. 톈진(天津)의 LG전자공장에서 생산되는 전자레인지와 에어컨은 각각 중국내 시장점유율 2위와 5위. 그동안 LG가 중국에 투자한 금액은 전자분야 13개 공장에 14억달러, 화학분야 2개 공장에 4억달러 등 20억달러로 대우의 33억달러, 삼성의 22억달러에 이어 한국 기업 중 세 번째 규모다. 전자와 화학분야 모두 투자한 지 2, 3년 만에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내수를 겨냥한 LG와는 달리 삼성은 해외수출을 위한 생산기지를 찾아 중국에 진출했다. 하지만 중국 내 TV와 컴퓨터 시장이 확대되면서 삼성은 TV브라운관 모니터 전자부품 등 분야에서 매출이 급증, 지난해 2억달러 흑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3억5000만달러 흑자가 예상된다. 또 올들어 삼성화재가 중국내 영업허가권을 획득했으며 내년부터 시작되는 중국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이동통신사업에 참여할 것도 유력시된다.
장자강(張家港) 순더(順德) 다롄(大連) 등 3곳에 스테인리스강 등 고급 판재 가공공장을 설립한 포항제철의 경우 연간 매출은 98년 1억2000만달러에서 올해 5억6000만달러로 4배로 늘었다. 내년에 시작되는 10차 5개년계획 기간중 고급 판재 수요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공장 증설을 계획중이다.
▼치밀한 전략으로 위험극복▼
중국에 가장 먼저 진출한 대우도 대우자동차(산둥성 옌타이·煙臺소재)를 제외하고는 56개 합작기업이 대부분 흑자로 돌아서는 등 투자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굴착기를 생산하는 옌타이 대우중공업은 월 1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중국 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고 구이린(桂林)에서 생산하는 대우버스도 재고가 없어 못 파는 실정이다. 옌타이 대우자동차도 10차 5개년계획 기간 중 완성차를 조립, 판매하게 될 전망이다.
한국 기업이 이처럼 중국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산정진(以産頂進)’이란 중국 정부의 국산품 장려운동에 힘입은 면이 강하다. 한국 기업이 중국에 본격 진출한 것은 92년 수교 이후다. 대우의 진출을 시작으로 삼성 LG 현대 포철 고합 등이 속속 상륙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베이징무역관 안재건(安在鍵)관장은 “당시 중국은 투자위험도가 높았지만 시장의 급성장을 예상한 전략적 투자가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했다.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최초의 투자로 알려진 대우의 푸젠(福建)성 냉장고공장 진출은 구식 생산라인 도입으로 실패로 끝났다. 삼강평원을 식량 공급기지로 삼으려던 야심찬 계획이나 현대의 건설분야 투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원료 노동력 시장을 다 갖추고 있어 여전히 ‘기회의 땅’이라고 중국에 진출한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