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2000]코슈투니차/유고 민주화 혁명 기수

  • 입력 2000년 12월 21일 18시 33분


보이슬라브 코슈투니차 유고 대통령(56)은 10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의 13년 철권통치를 종식시키는 민중 혁명을 성공시킴으로써 일약 국제사회의 스타로 떠올랐다.

코슈투니차는 ‘호두처럼 억세다’는 뜻. 법학자 출신인 그는 철저한 원칙주의자로 반미(反美) 세르비아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의 원칙을 고수해 왔다. 또 단 한번도 부패 스캔들에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았다. 자식이 없는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부인과 단둘이 25년째 방 한 칸짜리 아파트에서 살아왔다.

그의 용기와 올곧은 심성은 대를 이은 것. 아버지는 티토 정권 시절 세르비아 대법원의 불공정한 재판에 항의하다 쫓겨난 대법관이었다. 그 역시 베오그라드대 법학교수 출신으로 헌법 개정을 비판했다가 교수직에서 쫓겨났다. 그는 10월 7일 대통령에 취임한 뒤 자신에 대한 서방의 전폭적 지원을 바탕으로 ‘유엔 가입→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서방국과의 관계 개선→유럽부흥개발은행(EBRD) 가입’ 등 일련의 국제사회 복귀 조치를 발빠르게 추진해 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축출됐던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세르비아사회당 당수에 복귀하고 코소보의 알바니아 반군으로부터 도전을 받는 등 고민도 만만치 않다.

그의 회심의 승부수는 23일 실시되는 유고연방 총선. 이번 총선에서 유고 국민들이 10월처럼 그에게 힘을 몰아줄지 주목된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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