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리 사격명령증거 못찾아…"美 배상-사과 안할것"

  • 입력 2000년 12월 22일 22시 58분


6·25전쟁 기간 중 미군이 저지른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에 대한 한미 양국의 진상조사가 핵심 쟁점인 미군의 조직적인 사격명령 여부 등에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종결되게 됐다.

김병호(金炳浩)국무조정실 총괄조정관은 21일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양국은 내년1월 중순 노근리 사건 공동발표문과 함께 양국이 이 사건에 관해 조사해온 진상보고서를 각각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20일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노근리사건 대책회의를 가졌다.

그는 “공동 발표문에는 양국이 견해를 달리해 온 미 공군의 기총소사와 사격명령 여부 등에 관해 당시 현장상황과 증언 등의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되 이견이 있는 부분은 양측 이견을 병기하고 이에 대한 주관적 판단은 배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사격 명령이 있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해 미국측 주장대로 노근리 사건이 우발적 사건이었다는 결론이 내려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노근리 사건에 대해 국방장관급의 정부 고위층이 유감을 표명하고 피해자에 대한 장학사업과 위령탑 건설 등의 사후 대책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P통신은 미국 정부가 노근리 사건에 대해 공식사과는 하지 않을 것이며 생존자 및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재정적 배상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노근리 사건 피해자들은 보고서가 나오면 미국측을 상대로 사과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피해자들은 19일 고의적 양민학살을 인정치 않는 미국측 보고서는 ‘속임수’라고 비난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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