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는 광우병과 크로이츠펠트 야코브병이 지금까지는 모두 유럽에서 발생했으나 유럽산 쇠고기제품과 동물성 사료가 국제 거래를 통해 세계 각 국으로 팔리면서 전 세계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WHO는 수출된 쇠고기는 재포장되거나 재가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광우병 감염 여부를 추적하기가 어렵다며 따라서 유럽산 고기제품이나 동물성 사료를 수입하는 국가들은 이들 제품에 대한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HO는 이와 관련해 내년 봄 광우병 발생 지역의 정부 관계자 및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국제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WHO는 86년 이후 지금까지 광우병 감염 사례가 영국에서 18만건, 프랑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위스 등 나머지 유럽국가에서 1300∼1400건이 보고됐으며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코브병으로 영국에서 87명, 프랑스에서 3명, 아일랜드에서 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유럽 외 지역에서는 캐나다 아르헨티나 오만 등에서 소수의 광우병 감염사례가 보고됐으며 이들 국가는 모두 영국으로부터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는 것.
한편 독일에서는 독일정부가 광우병 감염 위험 사실을 알고도 예방조치를 제때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네덜란드와 벨기에정부는 이날 자국 국민에게 독일산 쇠고기 제품 이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독일에 대해 소시지 등 광우병 감염 우려가 있는 쇠고기제품의 수출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독일 언론들은 녹색당 출신의 안드레아 피셔 보건장관이 독일의 대표적 음식인 소시지가 제조과정에서 광우병에 감염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숨기고 소시지 판매 금지조치를 미뤘다고 보도하고 피셔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독일에서는 지난달 슐레스비히 홀슈타인주에서 독일산 소의 광우병 감염 사례가 처음 발견된 이래 불과 1개월 사이에 5건의 광우병 사례가 보도됐으며 이에 따라 육류 소비가 70%나 급감하면서 축산업계가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한편 프랑스 법원은 크로이츠펠트 야코브병을 앓고 있는 2명의 환자 가족이 “영국과 프랑스, EU의 보건 관계자들이 광우병 확산을 방치했다”며 이들을 비고의적인 살인과 상해 혐의로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이날 광우병의 확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