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가 새해에 침체 국면으로 진입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 기업과 정부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 경제분석기관인 콘퍼런스 보드는 27일 11월의 경기선행지수가 105.3으로 10월에 비해 0.2포인트가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콘퍼런스 보드는 경기선행지수를 구성하는 10개 지표 중 주간 실업보험의 첫 청구율과 제조업체의 신규주문, 주가 등 5개 부문이 11월 중 하락했다고 밝혔다.
경기선행지수는 앞으로 3∼6개월의 전반적인 경기를 예고하는 것으로 1월 106.3을 정점으로 조금씩 하락세를 보여왔다.
콘퍼런스 보드의 켄 골드스타인 수석연구원은 “경기선행지수의 하락은 내년 상반기 경제 성장이 현저히 둔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며 “경기가 냉각되면서 일부 기업은 결원이 생겨도 이를 충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진 스펄링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24일 올해 5.1%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경제성장률이 내년엔 3%대로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미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증가율도 올해 10.3%에서 내년엔 6.5%로 크게 낮아질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지가 27일 배텔 메모리얼 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 기업의 R&D 투자증가율은 95년부터 지난해까지 8.5∼11.8% 수준이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같은 R&D 투자증가율의 감소는 소비 위축과 하이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한 주가 하락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그동안 기업의 R&D 투자에 바탕을 둔 기술혁신으로 장기호황을 지속해 왔다.
올해 미국의 광고시장은 대통령선거와 올림픽 특수에 힘입어 84년 이후 최고치인 9.8%의 성장세를 기록했으나 내년엔 성장률이 5.8%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내년 1월20일 취임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는 우려되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공약으로 제시했던 10년간 1조3000억달러의 감세를 10년간 1조6000억달러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USA투데이지가 보도했다. 이는 감세의 근거가 되는 연방정부의 재정흑자규모가 7월에는 향후 10년간 4조6000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보다 훨씬 많은 6조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새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
부시 당선자측은 그동안 국채의 우선적 상환을 주장하며 감세에 반대해 온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재정흑자를 다른 사업에 사용하기보다는 감세가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감세에 대한 그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공화당측은 감세정책에 반대하는 민주당도 경기가 침체될 경우 경기부양을 위한 감세에 완강히 반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U 올 성장률 11년만에 최고 전망▼
미국 경제가 침체 위기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유럽 경제는 올해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미국 경제를 따라잡을 가능성까지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회원국들이 약 3.4%의 성장률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이는 1989년 이래 최고치라고 밝혔다. 집행위는 또한 2001년과 2002년에도 유럽 경제는 건실한 성장을 보일 것이라며 성장률을 각각 3.1%, 3%로 잡았다. 유럽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올해 내내 달러에 대한 약세를 면치 못했던 유로화도 최근 하강세를 멎고 상승하기 시작했다. 유로화는 11월말 1유로에 0.83달러대였으나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승세로 돌아서 최근에는 0.93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유로화의 약세는 미국의 호황에 따른 유럽 자본의 미국행(行)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돼 왔지만 이같은 유로 가치 상승은 최근 유럽 경제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재무장관은 유로화의 상승세가 수개월간 더 계속될 것이며 내년에 유럽 경제성장률이 미국을 앞지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가 전했다.
더 타임스는 유럽 경제의 성장은 우선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 긴축정책 대신 경기부양책을 쓰고 있으며 각국 정부들의 세금 인하 정책이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했다.
더욱이 최근 유가가 9월 급등 때보다 30% 가량 떨어져 7개월만의 최저수준이 되는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미국보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유럽에 유리한 변수라는 것.
그러나 유럽 경제의 성장은 각국 정부가 세제 및 통화정책 등을 계속 개혁, 내수를 확대해간다는 전제 아래 가능하다. 따라서 유럽 경제가 지나치게 수출에만 의존한다면 미국 경제의 약화는 유럽에 오히려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더 타임스는 내다봤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