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당선자는 이날 제너럴 일렉트릭사의 잭 웰치 회장, 보잉사의 필립 콘디트 회장, 월 마트사의 리 스콧 회장과 출판재벌 스티븐 포브 등 수십명의 최고경영자들과 몸을 맞대며 미국의 실물경제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그는 4일에는 하이테크 분야의 경제인들과 △자유무역 확대 △민간분야 규제 완화 △교육개선 등에 관해 토의할 예정.
그는 미국 경제를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선 자신의 공약인 대규모 감세정책이 실시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번 포럼에는 부시 당선자 진영에서 로렌스 린제이 차기 백악관 경제고문이 참석해 사회를 맡았으나 당초 참석할 예정이던 폴 오닐 차기 재무장관과 돈 에번스 차기 상무장관은 상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의원들과의 면담을 통한 대 의회 정지작업을 위해 불참했다.
또 지난 8년간 금리정책을 통해 실질적으로 미국의 경제 번영을 이끈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미 경제계에선 부시 당선자가 이번 ‘진맥’을 통해 내놓을 경제회생 처방이 즉효를 나타내기를 고대하고 있다.
2일 발표된 미국 구매관리협회(NAPM)의 지난해 12월 제조업활동지수는 43.7을 기록해 91년 4월 이후 근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지수는 최근 4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5개월 연속 경기위축을 의미하는 50 미만의 바닥을 쳐 경기 침체의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지난해 2·4분기(4∼6월)만 해도 5.6%의 견실한 성장세를 보였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3·4분기엔 2.2%까지 하락했다. JP모건 체이스 은행은 미 GDP 성장률이 올 상반기 1%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경제 위기감이 올 들어 더욱 팽배해지고 있는 상황인 셈. 일각에서는 금리가 빨리 내려야 기업의 부담 경감과 소비 증진을 통한 경기 부양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31일 FRB 회의를 주재할 그린스펀 의장의 선택에 눈길이 쏠린다. 그는 지난달 금리인하를 시사한 일이 있다.
특히 새해 벽두부터 폭락한 증시를 되살리려면 차기 행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월가의 주문. 월스트리트 저널 등 주요 신문들은 증시특집 기사를 일제히 게재해 증시가 초미의 관심사임을 확인했다.
지난해 신경제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무려 39.3%가 폭락한 2,470.52로 한 해를 마감해 71년 나스닥 지수가 출범한 이래 29년 만에 최악의 시황을 보였다. 또 다우존스 공업평균지수와 S&P지수도 지난해 각각 6.2%와 10.1%가 하락해 81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현 경제상황을 “파티는 끝나고 숙취가 시작되려는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 사상 최장기 호황이었던 만큼 ‘숙취’도 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인 셈이다.
90년 후반 이후 승승장구해 온 신경제의 ‘불패신화’가 깨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엔 ‘B2B(Back to Basic·기본으로 돌아갈 것)’ 교훈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B2B는 ‘기업간 전자상거래’를 지칭하는 말이지만 신경제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보다는 기업의 수익을 따지는 전통적 투자자세가 바람직하다는 말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