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당선자가 차기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이 지난달 16일 지명소감에서 “해외파견 미군의 전력배치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지만 이는 보스니아 코소보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었다. 또 부시 당선자는 공화당의 전통적인 노선에 입각,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갑자기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제기된 것은 다소 이례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날 회견의 문맥을 잘 살펴보면 부시 당선자는 주한미군 감축이 한반도에서의 긴장이 완화된 뒤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의 협의 하에서만 가능하다는 상당히 엄격한 전제조건을 달았다. 따라서 최소한 북한이 제기하는 군사적 위협이 실질적으로 사라지기 전에는 주한미군을 감축하지 않겠다는 마지노선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부시 당선자가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동북아 안정에 기여한다”고 평가한 것도 주한미군 감축을 발칸 반도에서의 미군 감축처럼 일방적으로 하지는 않겠다는 것임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그의 발언은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최우선적 정책 목표로 설정, 추진하고 그 뒤에 미군의 역할과 규모 등 주둔문제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의 외교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NYT회견 일문일답▼
부시 당선자는 이날 회견에서 한반도 문제 외에도 그가 시행할 대내외 정책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언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빌 클린턴 대통령은 퇴임 전 중동평화협상을 타결하지 못할 것 같은데….
“현재 진행중인 일에 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나 결국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며 당사자(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들이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
―코소보에서 미군 병력을 감축하는 방안에 대해 우방과 협의할 예정인지.
“유럽국가들은 그 문제를 잘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파월 차기 국무장관도 미국은 유럽이 발칸 반도에서 평화유지활동을 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힐 것이다. 그러나 미군 감축의 시한은 특별히 염두에 두고 있지 않으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
―군비증강을 도모하는 강력한 중국과 내부적으로 어려움을 갖는 약한 중국 중 어느 쪽이 더 미국에 우려가 되나.
“흥미 있는 질문이다. 나는 중국이 강력히 시장경제를 지향하면서도 군비엔 많은 돈을 쓸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되기를 희망한다. 중국이 약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예측 가능성을 기대하지만 중국에서의 자유를 밀어붙일 생각은 없다. 중국과의 무역 문제에 관해선 클린턴 대통령이 취한 조치에 동의한다.”
―중국 러시아의 반발 등에도 불구하고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구축을 계속 추진할 것인지.
“중국과 러시아는 가까운 시일 내에는 NMD 체제가 개발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NMD는 초기에 우발적으로 발사되는 한두 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 미국도 핵무기를 감축할 용의가 있음을 대선 기간 중 언급했지만 별 다른 주목을 받지는 않았다. 앞으로 러시아를 방문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NMD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
―러시아에 시장경제를 도입하기 위해 경제적 지원을 하는 문제에 대한 생각은….
“러시아에 자금을 지원하는 목적은 시장경제를 독려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그 같은 목적을 결코 달성할 수 없다면 지원하기가 어렵다. 러시아가 외부자금 유입에 적합한 곳인지 여부는 러시아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이 러시아를 변화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대통령에 취임하면 연방 숲의 벌채를 금지시킨 클린턴 대통령의 최근 조치를 번복할 생각인지.
“클린턴 대통령이 취한 모든 행정명령과 규제를 관심을 갖고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 취임식날이나 그 다음날 그에 관해 내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밝히겠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예정인가.
“법률팀이 모든 이슈 및 이를 번복시킬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일단 그들의 의견을 들어볼 생각이다. 일부 조치의 경우 이를 뒤집기 위해선 입법과정이 필요하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