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 최대 축제인 쿰브멜라에 참석한 수많은 힌두교도들이 강물에 뛰어들어 묵은 죄를 씻어내기 위해 동이 트기도 전부터 개미떼처럼 모여들었다.
▼강물서 "영혼 구원"▼
순례자들은 추운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벌거벗은 몸에 재를 뿌린 힌두교 지도자들을 따라 강가에서 예배를 드린 뒤 수천, 수만명씩 떼지어 강물로 뛰어들어 정성스럽게 몸을 닦았다. 차가운 강물에 들어가지 못한 노인들은 강가의 얕은 곳에서 물을 몸에 바르며 기도를 올렸다.
인터넷이 전세계를 연결하는 첨단정보시대에 오염된 강물에서 영혼의 구원을 찾는다며 법석을 떠는 인도 힌두교 순례자들의 집단행동은 국외자들에게는 하나의 ‘구경거리’로만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순례자들에게는 갠지스강의 오염된 강물이 더없이 맑은 성수(聖水)로 보이는 듯 했다. 많은 사람들이 목욕 도중에 강물을 손으로 떠서 마시는가 하면 성스러운 물을 집으로 가져가기 위해 물통을 준비한 사람도 많았다.
일부 힌두교 지도자들은 말과 코끼리까지 강으로 데리고 들어가 ‘죄를 씻는’ 의식을 거행했다. 이날 하루 동안 갠지스강에 몸을 담근 힌두교 신자는 무려 700여만명. 역대 최대의 종교집회로 기록됐다.
42일 동안 진행되는 쿰브멜라 축제기간 가운데 이날 유난히 많은 순례자가 갠지스강에 몰렸다. 점성술사들이 별의 위치를 보고 이날을 ‘상서로운 목욕의 날’로 정했기 때문. 엄청난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최악의 교통난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시 당국이 전날부터 강 주변의 차량 운행을 통제하는 바람에 순례자들은 도보로 현장에 도착해야 했다.
힌두교 경전에 따르면 알라하바드는 신들이 불로장생의 묘약을 뿌린 4개 성소 가운데 하나. 쿰브멜라 축제는 이곳에서 12년마다 열린다. 올해의 경우 다음달 중순까지 2500만명의 순례자가 이곳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전체 약 8억명의 힌두교도 가운데 3.1%가 짧은 기간에 갠지스강에 집결하는 것이다. 1989년에는 1500여만명이 모여 인류 최대의 집회로 기네스북에 올랐지만 올해는 축제가 시작된 9일부터 14일까지 닷새만에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다.
인도 기업들은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이번 축제를 자사의 제품을 알리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앞다퉈 홍보 및 판매부스를 설치했다.
인터넷 업체들은 여러 개의 ‘사이버 쿰브멜라’ 사이트를 개설해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축제 진행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임시도시 건설 편의 제공▼
축제 조직본부는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수십억원의 경비를 들여 임시 도시를 건설하고 순례자들에게 식수와 전기 등을 제공하고 있다. 당국은 또 목욕 의식을 앞두고 갠지스강의 오염 수준을 낮추기 위해 강으로 흘러드는 하수의 일부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도 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압사 사고 등 불상사도 종종 일어난다.
1820년에는 430명이 인파에 깔려 숨졌으며 1954년에도 300여명이 질식사했다. 올해의 경우 수천명의 경찰이 배치된 덕분인지 기록적인 인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큰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홍성철기자·외신종합 연합〉sungchul@donga.com
▼갠지스강과 힌두교도▼
힌디어로 ‘강가(Ganga)’로 불리는 갠지스강은 인도 힌두교도에게는 가장 성스러운 강이다.
히말라야의 만년설에서 발원한 갠지스강은 인구밀도가 높은 유피주와 비하르주를 거쳐 벵골만으로 흘러든다. 6월에서 9월까지 진행되는 우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비가 내리지 않는 이 지역에서 갠지스강은 유일하게 마르지 않는 강이다. 갠지스강 유역에 펼쳐진 광활한 힌두스탄의 충적평야는 인도 북부의 곡창지대일 뿐만 아니라 힌두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힌두교도의 삶은, 태어나 갠지스강에서 세례를 받는데서 시작해 숨을 거둔 뒤에 화장돼 이 강에 뿌려지는 것으로 끝난다. 화장한 재를 갠지스강에 뿌리는 것은 성스러운 강물로 영혼이 속죄를 받아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하는 의식.
그러나 비싼 화장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는 빈민들은 시신을 그대로 갠지스에 수장시키는 경우도 많다. 또 강 주변의 크고 작은 도시의 여과시설이 부족해 오폐수가 강으로 흘러들어 오염도가 심각하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