比 '탄핵정국' 갈수록 혼미… 시민 퇴진요구 시위 확산

  • 입력 2001년 1월 17일 18시 40분


조지프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탄핵재판을 둘러싼 필리핀 정국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고 AP등 외신이 17일 전했다.

현직 하원의원으로 이번 탄핵재판 기소를 담당할 11명의 검사들은 상원이 16일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비밀계좌에 대한 조사 요청을 11 대 10으로 부결하자 이에 항의, 집단 사임했다. 아킬리노 피멘텔 상원의장도 표결 결과에 반발, 즉각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따라 에스트라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재판은 무기한 연기됐다.

조커 아로요 탄핵재판 검사는 이에 앞서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18개월 재직기간중 33억 페소(약 810억원)를 가명으로 6개 계좌에 분산 예치했다”며 이들 비밀계좌에 대한 조사를 허용해줄 것을 상원에 요청했다.

상원이 비밀계좌 수사를 금지한 사실이 전해지자 수도 마닐라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수천명의 시민이 거리에 나와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폭죽을 쏘아 올리며 밤새 항의시위를 벌였다.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과 비밀계좌 조사에 찬성한 상원의원, 학생, 야당 지도자 등을 포함한 수천명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를 축출했던 1986년 시민혁명의 성지에 모여 철야 기도회를 가졌다.

이 모임에 참석한 가톨릭 지도자 하이메 신 추기경은 친 에스트라다대통령 영향 아래에 있는 상원의원의 부도덕성을 비난하며 폭력사태를 우려했다. 경제 타격을 우려한 일부 재계지도자도 이날 모임에 참석해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했다.

필리핀에 대한 투자유치를 위해 홍콩을 방문중인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도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탄핵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을 경우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탄핵안은 탄핵재판 판사를 맡고 있는 22명의 상원의원 중 3분의2 이상인 15명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이번 표결에서처럼 상원의원 중 11명이 대통령 편을 들면 탄핵안은 부결되며 이렇게 될 경우 필리핀 정국은 더 큰 혼란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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