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 쿠데타 대통령 피살설…검은대륙 내전 확산우려

  • 입력 2001년 1월 17일 18시 42분


아프리카 최대 분쟁지역인 콩고민주공화국(DRC·이하 콩고)에 16일 쿠데타가 발생, 로랑 카빌라 대통령이 피살됐다. 97년 쿠데타를 일으켜 32년간 철권통치해온 아프리카의 도살자 모부투 세코 정권을 전복하고 집권한 그 역시 쿠데타로 비극적인 생을 마감했다. 3년째 계속되고 있는 콩고내전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쿠데타=이날 새벽 수도 킨샤사 대통령궁에서 경호원 간에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다. 카빌라 대통령은 쿠데타에 가담한 경호원의 총격으로 중상을 입고 치료를 위해 우방국인 짐바브웨를 향했다. 그러나 짐바브웨 정부는 "불행하게도 카빌라 대통령은 짐바브웨로 옮겨지던 중 기내에서 숨졌다"고 발표했다. 모벤 마하치 짐바브웨 국방장관은 "카빌라 대통령의 시신은 수도 하라레에 안치돼 있으며 조만간 콩고로 송환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반군조직인 콩고민주화운동(RCD)은 사건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쿠데타는 전 정권을 지지하는 실베스트레 을웨차 장군과 카빌라 대통령의 보좌관 겸 육군참모총장인 에디 카펜드 대령이 주도했다"고 밝혔다.

쿠데타 직후 킨샤사에는 개탄 카쿠디 내무장관 명의로 계엄령이 내려졌다. 대통령궁 주변과 주요 도로는 북한제 탱크와 중화기로 무장한 병력이 통제하고 있다. 콩고의 국경초소와 공항도 폐쇄됐다.

▽내전 현황=65년 쿠데타로 집권한 모부투가 부패와 잔혹행위를 일삼자 카빌라는 96년 반정부연합(AFDL)을 결성한 뒤 이듬해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했다. 이 과정에서 94년 르완다 내전에서 쫓겨온 투치족은 쿠데타세력을 적극 지원했다. 투철했던 마르크스주의자였던 카빌라는 집권 직후 총선거 실시와 민주사회 건설을 약속, 국제사회로부터 '아프리카의 새로운 지도자'란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집권후 1년 만에 그는 야당을 불법화하고 언론을 탄압했으며 총선거 약속도 어겼다. 특히 98년 르완다와의 국경지역에서 폭동이 발생하자 그는 르완다계 투치족에 국외철수를 명령했다. 이에 반발한 투치족과 모부투(실각후 4개월만에 병사)를 지지하는 세력이 무장, 정부군에 대항하면서 98년이후 매년 수천명이 숨지는 내전이 계속돼 왔다. 이같은 혼란 속에 카빌라는 투치족 20만명을 학살한 혐의를 받아왔다.

▽국제분쟁우려= 카빌라의 피살은 인종간 적대감과 다이아몬드 우라늄 천연가스 등 지하자원 개발 잇권을 둘러싼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콩고내전이 국제전으로 번질 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3년전 콩고내전이 발발한 이후 이미 앙골라 짐바브웨 나미비아는 정부군을 지지하고 우간다 르완다는 반군을 지원하는 국제전 양상을 띠어왔다. 99년 말 인접 5개국과 콩고간에 평화협정이 체결됐지만 르완다가 지난해 9월 반군지지를 천명하면서 내전은 다시 격화됐다.

유엔은 2만5000명의 평화유지군을 지난해 말까지 콩고에 파견하기로 했으나 내전양상이 복잡해 각국에서 아직 파병하지 못하고 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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