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파워 美대통령]핵무기 통제권 쥐고 세계평화 좌우

  • 입력 2001년 1월 17일 18시 50분


《전세계인의 관심 속에 20일 조지 W 부시 제43대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다. 앞으로 세계는 4년 동안 싫든 좋든 새 대통령 부시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 대통령은 도대체 어떤 자리인가. 어떤 파워와 흡인력을 갖고 있기에 성공을 해도, 실패를 해도 세계 뉴스의 주인공이 되는 것일까. 부시의 취임을 계기로 미국 대통령을 해부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가진 사람은 누구일까.’

최소한 앞으로 4년 간은 20일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조지 W 부시가 될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20세기 내내 욱일승천(旭日昇天)해 온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서 국제무대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앞으로도 수십년 이상 미국의 국력은 계속 커지고 영향력도 뻗어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미국 대통령의 결정과 판단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세계사의 흐름을 주도해 나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미국 대통령은 실제로 얼마나 막강한가. 최근 뉴욕타임스지에는 프랑스의 한 학자가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퇴임 후 프랑스 대통령을 맡아줄 것을 정중히 요청하는 기고문이 실렸다. 그는 “클린턴 대통령의 고향인 아칸소주가 과거 프랑스의 속지(屬地)였던 루이지애나주의 일부였기 때문에 귀화 및 출마에 따른 법적 장애가 별로 없다”는 설명과 함께 프랑스 대통령은 의회 해산권을 갖고 있고 선거에서 승리하는 한 5년 임기를 무제한 연임할 수 있어 미국 대통령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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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미국 대통령의 권한은 다른 나라 정부의 수반에 비해 제도적으로 특별히 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입법 사법 행정의 3권 분립이 워낙 확고히 자리잡고 있고 언론의 감시와 견제가 철저해 대통령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미국 대통령이 센 것은 역시 미국의 강한 국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은 우선 인류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대의 통수권자이다. 전세계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핵무기의 통제권을 쥐고 있다는 한마디는 그의 힘을 상징한다. 전쟁선포권은 의회에 있지만 분쟁지역에 군대를 파견할 수 있고 비상시엔 국가경제의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 고위관리 3000명(군 포함시 7만5000명 이상)과 대법관 등 연방 판사의 임명권과 사면권 등의 권한도 갖는다.

처우 또한 특별하다. 연봉 40만달러와 수당 5만 달러, 출장비 7만5000달러 등을 받는다. 가까운 거리를 항공기로 이동할 때는 해병대의 전용헬기가, 장거리를 이동할 때는 시간당 관리비가 4만달러인 ‘에어포스 원(공군1호기)’이 제공되며 육상교통수단으로는 35대의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다.

재무부 산하 경호실이 철통같은 경호를 제공하고 주치의를 두는 것은 물론이고 백악관의 전화 전기 및 수영장 체육관 테니스코트 극장 등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 가족의 음식 의복 화장실용품 등은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백악관에 초청하는 손님들의 백악관 숙박비와 백악관 입주시 가지고 온 개인용품의 관리비, 사적 파티 비용도 대통령이 물어야 한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부인 로절린 여사는 백악관 입주 후 열흘 간의 식비로 600달러가 청구되자 놀라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긴축 살림을 꾸렸다고 회고록에서 토로한 바 있다. 그러나 백만장자였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봉급 전액을 국고에 반납하고 사비로 생활하기도 했다.

외형적인 권한이 막강하지만 미국 대통령 자리는 ‘높으면서도 가장 고독한 권좌’라는 것이 전직 대통령들의 공통된 술회다. 미국 이익의 보호를 위해서는 물론 지구촌에 대규모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도 고독하게 결단을 내리고 혼자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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