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이 막강한 것은 헌법과 법률이 그같은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강대국인 미국을 이끄는 지도자이기 때문인가.
“미국의 국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의 힘은 처음엔 그렇게 강하지 않았으나 시대상황의 변천에 따라 강해졌다. 예컨대 1930년대 대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실시한 ‘뉴딜’ 정책은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시켰다. 전쟁 등 강력한 지도력이 요구되는 상황도 대통령의 권한을 키운다. 많은 외국인들은 대통령이 의회보다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오해하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에선 권력 분립에 따라 의회가 대통령과 동등한 권한을 갖는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인기가 높지만 강력한 대통령이라는 평은 듣지 않는다. 대통령의 입장에서 국가를 효율적으로 통치하는 데 필요한 것은 인기인가, 아니면 힘인가.
“클린턴 대통령의 경우엔 인기(popularity)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직무수행에 대한 지지도(job approval rating)를 구분해야 한다. 그는 경제번영을 이끌었기 때문에 직무 관련 지지도는 높지만 각종 스캔들로 인해 개인적인 인기는 낮은 편이다. 대통령이 인기가 있으면 어느 정도까지는 국가를 통치하는 데 도움이 되나 그 보다는 역시 역량이 중요하다. 미국 대통령에겐 특히 의회를 잘 설득해 추진하는 정책을 입법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는 천신만고 끝에 선거에서 승리한 탓에 강력한 대통령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물론이다. 그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68년 어렵게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가장 정치적 자산이 빈약한 상태에서 취임하게 된다. 그는 미국의 단합을 강조하며 지지도를 높이려 하고 있지만 대선 후유증으로 인해 아직까지는 국민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어 대통령직 수행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이번 선거를 통해 공화당은 백악관뿐만 아니라 상하원도 근소한 차로 장악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대통령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가.
“민주당은 부시 당선자의 차기 행정부를 견제하는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 공화당 의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부시 당선자 편을 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당적과 상관없이 주요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히므로 부시 당선자는 앞으로 사안에 따라 민주당의 지지와 협조를 얻어야만 한다. 현재의 여건에선 부시 당선자와 공화당이 힘을 앞세워 독주하기는 어렵다.”
―강력한 대통령과 위대한 대통령은 어떻게 다른가.
“예를 들어보자. 린든 존슨 대통령과 닉슨 대통령은 모두 강력했지만 위대한 대통령이라는 평은 못받았다. 존슨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 참전을 결정했고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소추를 받았기 때문이다. 반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상대당인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상황에서도 원만히 국정을 수행한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힌다. 위대한 대통령은 자신의 권한을 넘어서는 행동은 하지 않으면서 설득과 타협으로 의회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대통령을 말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