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득 교수가 본 취임식]혼란극복한 축제…'민주주의힘' 과시

  • 입력 2001년 1월 21일 16시 28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끄는 새로운 시대의 출범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20일 대통령 취임식을 현장에서 지켜본 고려대 함성득(咸成得·대통령학·사진)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오늘 취임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공화당 사람들은 축하 분위기지만 총체적인 느낌으로는 부시 대통령의 출발이 불안해 보인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전체 투표에서 지고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겨 당선된 사람들은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단임으로 끝났는데 부시 대통령도 취약한 정통성 때문에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

―부시 대통령의 취임사에 대해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평범한 수준에 머물렀다. 세금 감면 등 대선 공약의 준수를 강조한 반면 동북아를 포함한 외교문제에 대해 별로 언급하지 않은 것에 비춰볼 때 부시 대통령은 당분간 국내문제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힘들게 당선된 만큼 취임사에 국정운영에 대한 철학을 잘 담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은 역시 경험 부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의회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부시 대통령은 관례에 따라 취임 후 얼마간 야당과 좋은 관계를 갖는 ‘허니 문’ 기간을 거치지 않고 민주당과 곧바로 격돌할 가능성이 크다. 그가 노동부 장관으로 지명했던 린다 차베스가 불법체류자에 대한 거처 제공 논란으로 중도 사퇴하게 된 과정과 최근 진행중인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공화 민주당이 대립해 왔기 때문에 민주당의 반대가 예상되는 감세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집권 초기부터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의 집무 스타일은 어떨 것 같은가.

“과거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같은 위임형으로 각료들에게 모든 것을 맡길 것이다. 그러나 일을 알고 맡기는 것과 모르고 맡기는 것은 다르다. 레이건 대통령은 집권 2기 때 이미 치매현상이 진행돼 업무를 파악하지 못하고 아랫사람들에게 맡겼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국에선 ‘준비된 대통령에 준비 안된 각료’가 논란이 됐지만 부시 행정부는 ‘준비 안된 대통령에 준비된 각료’라고 표현할 수 있다.”

―부시 행정부와 한국의 관계에 대한 전망은….

“과거 국무장관과 백악관 비서실장 등을 역임한 제임스 베이커에 따르면 집권 초기엔 각료보다 백악관 비서실장의 역할이 크다고 한다. 그렇게 볼 때 앤드루 카드 비서실장의 성향 상 한반도가 부시 행정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을 것 같다. 이번에 만나본 공화당 인사들은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기 전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게 한미 관계를 위해 좋을 것 같다고 권고했다.”

―이번 대선이 한국에 주는 교훈이 있다면….

“대선 과정에서 많은 혼란이 있었음에도 정권교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이 취임하는 것을 보면 역시 민주주의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취임식을 보기 위해 미국을 찾은 한국 정치인들이 무엇을 느꼈을지는 잘 모르겠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