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취임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공화당 사람들은 축하 분위기지만 총체적인 느낌으로는 부시 대통령의 출발이 불안해 보인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전체 투표에서 지고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겨 당선된 사람들은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다 결국 단임으로 끝났는데 부시 대통령도 취약한 정통성 때문에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
―부시 대통령의 취임사에 대해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평범한 수준에 머물렀다. 세금 감면 등 대선 공약의 준수를 강조한 반면 동북아를 포함한 외교문제에 대해 별로 언급하지 않은 것에 비춰볼 때 부시 대통령은 당분간 국내문제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힘들게 당선된 만큼 취임사에 국정운영에 대한 철학을 잘 담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은 역시 경험 부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의회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부시 대통령은 관례에 따라 취임 후 얼마간 야당과 좋은 관계를 갖는 ‘허니 문’ 기간을 거치지 않고 민주당과 곧바로 격돌할 가능성이 크다. 그가 노동부 장관으로 지명했던 린다 차베스가 불법체류자에 대한 거처 제공 논란으로 중도 사퇴하게 된 과정과 최근 진행중인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공화 민주당이 대립해 왔기 때문에 민주당의 반대가 예상되는 감세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집권 초기부터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의 집무 스타일은 어떨 것 같은가.
“과거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같은 위임형으로 각료들에게 모든 것을 맡길 것이다. 그러나 일을 알고 맡기는 것과 모르고 맡기는 것은 다르다. 레이건 대통령은 집권 2기 때 이미 치매현상이 진행돼 업무를 파악하지 못하고 아랫사람들에게 맡겼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국에선 ‘준비된 대통령에 준비 안된 각료’가 논란이 됐지만 부시 행정부는 ‘준비 안된 대통령에 준비된 각료’라고 표현할 수 있다.”
―부시 행정부와 한국의 관계에 대한 전망은….
“과거 국무장관과 백악관 비서실장 등을 역임한 제임스 베이커에 따르면 집권 초기엔 각료보다 백악관 비서실장의 역할이 크다고 한다. 그렇게 볼 때 앤드루 카드 비서실장의 성향 상 한반도가 부시 행정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을 것 같다. 이번에 만나본 공화당 인사들은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기 전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게 한미 관계를 위해 좋을 것 같다고 권고했다.”
―이번 대선이 한국에 주는 교훈이 있다면….
“대선 과정에서 많은 혼란이 있었음에도 정권교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이 취임하는 것을 보면 역시 민주주의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취임식을 보기 위해 미국을 찾은 한국 정치인들이 무엇을 느꼈을지는 잘 모르겠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