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히드 印尼대통령 比에스트라다 전철 밟나]

  • 입력 2001년 1월 28일 18시 44분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부패 의혹 때문에 필리핀 대통령직에서 쫓겨난 조지프 에스트라다의 전철을 밟을까.

인도네시아 하원 특별위원회가 28일 부패 의혹 사건에 대통령이 연루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와히드대통령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특위는 29일 대통령 부패의혹에 관한 그동안의 진상조사 결과를 모은 보고서를 하원 총회에 제출함과 동시에 대통령 탄핵소추권 발동을 위한 국민협의회(MPR) 비상총회 소집을 요구할 예정이다. 제2당인 골카르당은 와히드대통령의 부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탄핵소추권 발동과는 별도로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를 요구하기로 당론을 모았다.

현재의 인도네시아 정국은 필리핀 시민 혁명 직전과 흡사하다. 대통령이 공금 횡령과 기부금 착복 혐의로 탄핵을 받을 처지인 데다 연일 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퇴진 요구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 대통령이 특별조사기관의 권위을 무시한 채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것도 비슷하다.

와히드대통령이 관련된 대표적인 스캔들은 조달청 공금 횡령(블록게이트)과 브루나이 국왕의 기부금 착복(브루나이게이트).

블록게이트는 와히드대통령의 전속 안마사였던 알립 아궁 수원도가 지난해 1월 조달청 차장에게 “대통령의 아체주 구호자금 조성에 필요하다”며 복지기금 350억루피아(약 44억원)을 받아 가로챈 사건. 와히드대통령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고 있지만 이 돈 가운데 일부가 대통령측에 건네졌을 것이란 의혹이 짙다.

브루나이게이트는 와히드대통령이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에게서 200만달러(약 26억원)의 기부금을 받았다고 블록게이트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밝히며 불거졌다.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 됐다. 특위 위원인 하피즈 자와위 골카르당 의원은 “기부금을 개인적으로 받았다면 세금을 내야 하고 국가에 헌납된 것이라면 국고로 환수해야 하는데 대통령은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현 상황에서 와히드대통령이 민중의 힘에 굴복해 권좌에서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최대 정당인 민주투쟁당 당수인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부통령이 여전히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데다 정치적 영향력이 큰 군부는 중립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 中전기작가 장융허 주장 ▼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중국계 후손이라는 주장이 최근 신빙성 있는 자료와 함께 중국에서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중국 남부 푸젠(福建)성 신뤄(新羅)구에 사는 작가 장융허(張永和)는 와히드대통령의 전기를 쓰기 위해 1년 가량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와히드대통령이 명(明)나라 때 남해정벌을 떠났던 군인의 후손이었음이 밝혀졌다고 최근 주장했다.

푸젠 사범대 역사학과 쉬궁성(徐恭生) 교수도 최근 베이징(北京)의 구궁(故宮)박물관에서 류큐(琉球·현재의 오키나와) 관련자료를 정리하다 와히드대통령의 조상이 남해정벌에 참가해 공적을 세웠다는 자료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들이 관련자료를 토대로 추정하고 있는 와히드대통령의 선조는 푸젠성 진장(晋江) 융닝(永寧)진 출신으로 일찍이 이슬람교를 신봉하던 하급장교 천진한(陳金漢)이다. 명나라 영락(永樂) 제15년(1417년) 그는 정화(鄭和)가 이끄는 남해 정벌군의 일원으로 자카르타 정벌에 참여했으며 이후 둔전병으로 현지에 정착했다는 것이다.

명나라 때 기록인 ‘위소무직선부(衛所武職選簿)’에는 당시 정벌에서 푸젠성 융닝현 출신 지휘관이 큰 공을 세웠으며 그 공으로 천진한을 비롯한 8명의 지휘관이 황제로부터 관직을 수여받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는 것이다.

와히드대통령의 선조가 중국인이라는 내용이 담긴 ‘와히드 전기’는 4월 중국어판으로 발행될 예정이며 와히드대통령이 회갑을 맞는 8월경 인도네시아어로 번역 출간될 것으로 전해졌다. 와히드대통령은 선조의 ‘뿌리’를 밝혀냈다는 소식을 듣고 작가 장융허를 18일 대통령궁으로 불러 “양국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한층 높이는 데 기여했다”면서 크게 치하했다고 중국 언론매체들이 전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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