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국가 일제히 미국 NMD 반대

  • 입력 2001년 1월 31일 18시 42분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구축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전세계에서 터져나오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미 러시아와 중국 등의 군사 강국이 ‘절대 반대’를 천명했으며 유럽 각국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독일의 루돌프 샤르핑 국방장관은 지난달 30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NMD에 대한 러시아의 반대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샤르핑 장관은 “지금의 국제 군비통제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독일과 유럽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탈리아 토리노를 방문해 줄리아노 아마토 이탈리아 총리와 회담한 뒤 “NMD는 국제적인 군비경쟁을 촉발할 것”이라며 경고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미국이 막대한 비용이 드는 NMD를 강행하면서 다른 한편에서 제3세계 지원을 줄이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아마토 총리 역시 “NMD는 미국과 유럽의 안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러시아 국제전략연구센터의 유리 레베제프 연구원(육군 소장)은 이날 “미국이 NMD 추진을 위해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에서 탈퇴할 경우 러시아는 정치 외교적으로는 물론 군사적으로도 대응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관련기사▼

- 미국 방위산업체, NMD 수주경쟁 치열

레베제프 연구원은 “우리가 미국과 맺은 제2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Ⅱ)은 ‘토폴 M’ 미사일을 금지하지 않고 있으며 토폴 M은 발사에 2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NMD를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혀 토폴 M 미사일의 전면 배치 가능성도 시사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미국의 NMD 추진은 1972년 체결된 ABM 협정 위반에 해당하며 세계의 안정에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중국은 미국이 NMD를 추진하면서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삼고 있는 데 대해 강력히 반발해 왔다.

유럽과 러시아 중국 등이 모두 NMD 반대를 천명함에 따라 강대국 가운데 NMD에 긍정적인 국가는 일본 정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을 꿈꾸는 미국의 독주(獨奏)와 이에 제동을 걸려는 열강의 합주(合奏)가 벌써부터 시끄러운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