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4일 1면 등 4개 면에 걸쳐 ‘용의자 만들기: 리원허의 경우’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연방수사국(FBI) 등 미 수사기관은 명백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리박사가 미국의 핵기밀을 빼내 중국에 전달한 혐의를 추궁했다고 지적했다.
타임스는 “수사 착수 전 정부 내 무기 전문가는 중국이 미국에서 훔친 핵기술로 미국의 가장 정교한 핵탄두인 W―88을 복제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으나 대부분의 일반 전문가는 그 같은 기술은 기본적인 것이며 중국이 W―88과 같은 형태의 핵탄두를 생산한 증거도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사관들은 뚜렷한 증거가 없었는데도 리박사를 W―88 관련 기밀 유출 용의자로 지목, 수사를 벌였으며 이 바람에 리박사 외에 해당 기밀 사항에 접근할 수 있었던 수백∼수천명에 대해 검증할 기회를 놓쳤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리박사는 99년12월 핵 관련 기밀 불법 유출 등 59개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나 지난해 9월 로스 앨러모스 연구소의 핵 자료를 컴퓨터에 다운로드해 기밀을 부주의하게 다룬 혐의만 인정하고 석방됐다. 그가 석방되자 최초로 리박사 간첩혐의 사건을 보도했던 뉴욕타임스는 FBI 수사의 허점을 더 철저하게 파헤치지 못한 점을 독자에게 사과하면서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후 4개월 여에 걸쳐 9명의 기자를 투입, 진상을 추적해왔다.
한편 워싱턴포스트지는 4일자에서 FBI가 법원의 승인을 얻어 리 박사를 다시 신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리박사 석방 후 FBI가 지난해 11월과 12월60시간에 걸쳐 이뤄진 추가 조사에서 그와 중국 및 대만의 핵 과학자와의 관계에 새로운 의문이 떠올랐다고 전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