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독일로 압송된 것은 엘프가 1992년 독일의 정유소 체인인 로이나 등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당시 집권 기민당(CDU)의 헬무트 콜 전 총리 등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아왔기 때문.
독일 검찰의 신문을 받은 뒤 6일 다시 프랑스로 압송된 그는 “정치자금을 받은 100명의 이름을 대겠다”고 위협하고 있어 프랑스와 독일 정계에 한바탕 회오리를 몰고 올 전망이다.
▽엘프와 시르방〓엘프는 1967년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의 레지스탕스 동지인 피에르 귀오마가 설립한 석유회사. 90년대 초까지 국영이었다가 93년 민영화됐다. 엘프는 석유 수출입 외에도 프랑스 우파의 비선조직으로 무기판매 등과 관련한 로비도 해 왔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은 엘프에 좌파 인맥을 심었다.
이번에 체포된 시르방은 르아크 르 플로슈 프리장 전 엘프 회장의 오른팔이자 2인자로서 엘프의 비선조직을 관리한 핵심 인물.
그는 프랑스 좌우파 정치인들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제공하며 아프리카와 남미 등으로의 무기수출 지원을 얻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엘프 스캔들〓엘프는 91년 프랑스 방위산업체 톰슨―CSF사가 제조한 프리깃함을 대만에 판매하려다 미테랑 당시 대통령의 측근이자 외무장관이던 롤랑 뒤마(78)의 반대를 받았다.
해결사로 나선 시르방은 미모의 여성 로비스트 크리스티앙 드비에르 종쿠르(54)에게 6400만프랑을 주었으며 뒤마의 애첩이 되게 했다. 뒤마는 결국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자는 의견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이후 로비의 전말이 밝혀져 종쿠르는 결국 97년 체포돼 수감됐으며 석방된 뒤 ‘공화국의 창녀’라는 책을 펴내 뒤마의 연루 사실을 폭로했다. 뒤마는 이 스캔들에 관련된 혐의로 지난해 헌법재판소장 직위를 내놓았으며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로이나 스캔들〓미테랑 전 대통령은 1992년 엘프가 독일의 정유소 체인인 로이나와 미놀을 인수합병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미테랑 전 대통령은 당시 독일의 집권 기민당과 콜 당시 총리에게 2억5600만 프랑을 제공하라고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시르방은 엘프의 스위스 지사인 엘프 아키텐 앵테르나쇼날의 지사장이었으며 로이나 등의 인수합병을 위한 로비를 주도했다는 사실이 지난해 독일 언론에 폭로됐다. 콜 전 총리의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조사중인 독일 검찰은 시르방에 대한 신문에서 당시의 로비 과정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물론 독일에서도 ‘시르방 리스트’에 들어 있는 독일 정치인들이 누구이며 그 범위가 어느 정도일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권기태기자·파리〓김세원특파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