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인 아리엘 샤론 리쿠드당 당수가 6일 이스라엘 신임 총리에 당선되자 팔레스타인측은 난항을 겪고 있는 중동평화협상에 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며 걱정했다. 하마스와 지하드 등 이슬람 무장저항단체는 “샤론의 승리는 저항운동에 새로운 자극이 될 것”이라며 인티파다(반 이스라엘 봉기)를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야세르 아베드 라보 팔레스타인 공보장관은 샤론 후보의 승리 소식을 전해 듣고 “샤론의 승리는 급진적인 이스라엘 우익세력의 부활을 뜻한다”고 해석. 나빌 샤스 기획장관도 “샤론은 평화와 협상을 진전시킬 사람 같지 않다”고 촌평.
아흐메드 압델 라흐만 총무장관은 “샤론 당선자가 선거운동 기간에 밝힌 대 팔레스타인 정책은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일축.
그러나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우리는 이스라엘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며 어떤 정부와도 협상할 것”이라며 평화협상이 계속되기를 희망.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의 창설자인 아흐메드 야신은 “바라크나 샤론은 모두 팔레스타인인의 피를 손에 묻힌 사람들”이라며 “총리가 누구이든 모든 수단을 다해 이스라엘의 침략에 대항할 것”이라고 역설.
팔레스타인 저항단체인 파타운동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책임자인 마르완 바르구티는 “이스라엘 국민은 일주일, 길어도 몇 달 뒤면 샤론은 실패했으며 그가 안보를 가져다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주장.
○…인근 아랍권 국가들도 샤론 후보의 당선을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시리아 집권 바트당 기관지인 알 바트는 “샤론은 평화를 위협하는 불길한 시대를 열 것이며 이스라엘 유권자는 최악의 지도자를 뽑았다”고 개탄.
이란 국영 라디오는 논평을 통해 “바라크도 평화주의자는 아니라는 것이 입증됐지만 샤론 정부에서는 억압이 더 폭력적이 될 것”이라고 전망.
그러나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고 있는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은 “우리는 과거 많은 일을 경험했고 가장 어려운 고비는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한다”며 여운을 남기기도.
▼미-유럽 평가 유보…우려 눈길▼
미국은 아리엘 샤론 후보의 총리 당선에 대해 구체적인 논평을 삼간 채 조지 W 부시 대통령 명의로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아리 플라이셔 미 백악관 대변인은 6일 성명을 통해 “부시 대통령이 샤론 당선자에게 전화를 걸어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패배한 에후드 바라크 총리에 대해서는 “그가 재임 중 보여준 미국과의 우의와 지역 평화를 위한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위로했다.
한편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유혈분쟁 책임이 대부분 이스라엘측에 있다고 비난해온 유럽 각국은 이스라엘 강경파의 득세에 대해 평가를 유보하거나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유럽연합(EU) 의장국인 스웨덴의 외란 페르손 총리는 “샤론 당선자가 평화협상의 불씨를 유지하고 대화를 계속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EU의 미구엘 앙헬 모라티노스 중동특사는 “샤론 당선자가 중동평화를 위한 그동안의 진전사항을 되돌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위베르 베드린 프랑스 외무장관은 “앞으로 차기 정부의 구성과 샤론 당선자가 추진하려는 정책, 특히 평화협상이 재개될지 등을 지켜봐야 한다”며 평가를 유보했다.
또 모겐스 리케토프 덴마크 외무장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분쟁은 이스라엘 정착촌 정책 때문”이라며 “정착촌 유지를 고집하는 샤론 후보의 당선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