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철책서 권총난동 백인 검거

  • 입력 2001년 2월 8일 18시 37분


7일 오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해고 무효 소송을 벌여오던 전 국세청(IRS) 직원 로버트 피켓(47·인디애나주 에번즈빌 거주)이 총기를 휘두르다 체포됐다.

목격자들은 피켓씨가 경찰에 체포되기 전에 2, 3발의 총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당시 백악관 경내에서 운동 중이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집무실에 있던 딕 체니 부통령은 무사했다.

백악관 경호요원들은 이날 오전 11시22분경 백악관 남쪽 철책 바깥 길에서 권총을 갖고 있던 피켓씨를 발견, 경찰과 함께 포위했다. 피켓씨는 인근 덤불 속에 몸을 숨기고 10여분간 대치하다 오전 11시36분 경호원이 쏜 총에 오른쪽 무릎을 맞고 검거됐다.

피켓씨는 곧 조지워싱턴대학 병원으로 옮겨져 정신감정과 함께 수술을 받았다. 그는 체포되는 순간 “자살하겠다”며 총구를 입안에 넣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지 8일자는 80년대 후반 IRS에서 해고된 피켓씨가 2일 국세청장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를 공개했다. 그는 이 편지에서 “나는 부패한 정부의 희생자다. 전 현직 국세청장은 살인자이며 온갖 불법행위를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피켓씨는 IRS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왔으나 지난주 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고에 항의하는 편지는 부시 대통령과 법무부장관 앞으로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피켓씨가 패소하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추정했다.

AP통신은 이번 사건으로 백악관 주변 거리를 개방해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려 한 부시 대통령의 계획에 제동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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