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은 가상 적에 대한 재평가 등 국방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으며 결과에 따라서는 미군의 전략과 규모에 큰 변화가 초래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지가 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에게 △가상 적에 대한 재평가 △일방적인 핵무기 감축을 위한 공격 핵무기 규모 조사 △군 구조와 무기 개편 및 해외주둔 미군의 수준 향상 방안 마련 등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말하자면 미군의 대대적인 쇄신을 위한 준비작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럼스펠드 장관은 급진적인 군 개혁가로 유명한 앤드루 마셜 국방장관 보좌관을 조사책임자로 임명했으며 보고서 초안은 빠르면 금주 내에 제출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조사보고서는 3월 말 발표될 예정이다.
마셜 보좌관은 80년대 말부터 러시아 등 유럽의 가상 적보다 중국과 인도의 정치 군사적 부상 등 아시아의 위험에 더 큰 비중을 두고 경고해왔다. 국방부 최종평가국에서 28년째 평가분석관으로 일해 온 그는 2005년엔 인도가 러시아의 정치 군사적 위치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마셜은 특히 공군의 차세대 주력기인 F22스텔스 전투기의 유용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가 하면 대형 탱크와 항공모함을 ‘시대에 뒤떨어진 21세기의 기병대’라고 지칭해온 바 있어 미군의 무기체계에도 큰 변화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부시 대통령이 일방적인 핵무기 감축을 위해 공격형 핵무기 규모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도 주목의 대상이다. 러시아와의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따르면 미군이 보유중인 7000기의 핵탄두는 2500개까지 줄여야 할 상황. 그러나 미 합참은 더 이상의 추가 감축은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나타낸 바 있다. 한편 콘돌리자 라이스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기능을 국방과 경제에 역점을 두는 방향으로 대폭 축소 개편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유럽 러시아 발칸 문제를 별도로 담당하던 사무실들을 통폐합했다. 반면 경제 문제의 중요성을 감안해 NSC 정례회의엔 폴 오닐 재무장관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