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수함 충돌사건후 일본내 반미감정 고조

  • 입력 2001년 2월 12일 17시 32분


미국 핵잠수함과 일본 수산고교 실습선의 충돌사고와 관련해 핵잠수함이 사고 직후 실습선의 침몰을 보고도 구조활동을 벌이지 않은 사실이 12일 알려지면서 일본에서 반미(反美)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실습선 에히메마루호의 오니시 히사오(大西尙生·58) 선장은 11일 미국 호놀룰루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핵잠수함 그린빌호는 사고 직후 현장 가까운 곳에 정박해 있으면서도 구조작업을 벌이지 않고 연안경비대가 도착하길 기다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12일 일제히 ‘잠수함은 구조활동 안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미국측의 무성의를 비난했다. 사고 실습선의 소속 학교인 우와지마(宇和島) 수산고교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미국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도 이날 주일 미국대사의 방문을 받고 “이번 사고는 대단히 유감으로 항의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미 TV방송에서 “잠수함은 수면 위에 떠오른 뒤 먼저 선체를 안정시키는 작업을 한다”며 “현단계에서는 보도된 것 이상의 정보가 없어 (고의로 구조활동을 하지 않았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한편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핵잠수함 그린빌호가 일본 실습선과 충돌하기 직전 음향탐지기(SONAR)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NTSB는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그린빌호가 해상안전수칙을 무시하고 음향탐지기를 적절하게 작동시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실습선 탑승자와 그린빌호 승무원 등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또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도 “하와이 오아후섬 인근 해역에서 긴급 부상훈련을 한 것이 적절했는지를 포함해 사고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우선 사실 관계를 확인한 다음 적절히 피해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미 운수안전위원회(NTSB)는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11일 해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고 경위와 관련한 조사를 벌이는 한편 현지조사에도 착수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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