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林東源) 국가정보원장이 이정빈(李廷彬) 외교부장관의 미국 방문(5∼10일) 직후에 극비 방미에 나선 것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눈길을 끈다.
우선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 공조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에서 방미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후 대북정책을 놓고 한미간 견해차가 갈등의 소지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
다음으로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올 상반기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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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나 통일부측은 임 원장의 방미 배경을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가 13일 “임 원장은 대북 포용정책을 설계한 사람인 만큼 북한 접촉 결과와 앞으로의 북한의 변화 유도 방안 등에 대해 미측 정책담당자들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한 정도였다.
이로 미뤄 임 원장은 카운터파트인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비롯한 미측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 △2차 남북 정상회담 △김 국방위원장과 북한의 변화 △미 정보당국과의 협의 라인 구축 문제 등을 폭넓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한미간의 견해차가 큰 만큼 이에 대해 집중적인 조율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테닛 CIA국장이 7일(현지시간)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비롯한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는 등 미 공화당 정부 내에 부정적인 대북 시각이 팽배한 것을 생각하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임 원장은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답방 때 발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한반도 평화선언’에 대해서도 미측에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그동안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를 놓고 북과 비공개 협의를 진행해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 원장의 방미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측의 요청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측은 통칭 ‘햇볕정책’으로 불리어 온 한국 정부의 대북 화해 협력정책과 북한의 실상에 대해임 원장으로부터 직접 들어보고 싶었을 것이다.
한편 외교통상부측은 임 원장의 갑작스러운 방미에 대해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당국자는 “미 정부의 정책 결정 특성상 임 원장의 방미 문제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협의됐었던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한미 외무장관회담 직후 한국의 정보기관장이 대외정책과 관련해 미 정부의 고위 인사들을 만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영식·부형권기자>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