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인민대표대회가 시 인민법원의 2000년 정부공작보고(1년간의 실적보고)를 부결시킨 것은 반란이라고 부를 정도로 중국에서는 심각한 사건이다. 그동안 정부의 거수기 노릇을 하던 인민대표대회가 처음으로 정부의 활동을 부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명보 등 홍콩언론들은 “중국 정부수립 50여년 만에 처음 일어난 사태”라며 크게 보도했다.
▽배경〓선양시 인민대표대회는 법원의 부패에 대한 항의 표시로 공작보고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이래 선양에서는 시장과 부시장 등 고위 관리들이 부패사건에 연루돼 줄줄이 옷을 벗었다. 작년 11월에는 부시장 마샹둥(馬向東)이 공금 4000만위안을 유용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수차례 마카오를 오가며 도박으로 공금을 날린 데다 폭력조직 두목들과 어울린 것으로 확인됐다. 무수이신(慕綏新) 시장도 사건 직후 지휘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부패는 올들어서도 계속돼 9일 선양 검찰원의 류스(劉實) 검찰장이 국가기밀누설 및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옷을 벗었다.
이처럼 각 정부기관이 부정부패 척결의 회오리에 휘말려 있는데 유독 법원만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아무런 정화노력도 하지 않고 위기를 넘기려 한다는 게 이번 공작보고 부결사태를 주도한 인민대표들의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선양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조직폭력 마약 도박 등 강력사건이 속출했으나 법원의 부패로 이들 강력사범에 대한 불공정한 판결이 자주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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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파장〓인민대표대회가 정부공작보고를 부결시킨 것은 중국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이같은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언급한 관례나 규정도 없다. 이 때문에 잇따라 열리는 상급 인민대표대회인 랴오닝성 인민대표대회와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각 지방의 인민대표대회들이 지방정부의 행정처리에 대해 제동을 걸 가능성도 커졌다. 인민대표대회는 그동안 이름만 있었을 뿐 사실상 ‘거수기’에 불과했다는 비난을 받았으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민대표대회▼
다른 나라의 의회에 해당하는 기구다. 전국조직인 전인대가 국회에 해당하며, 그 아래 성과 시 현급의 지방인민대표대회가 있다. 대표의 임기는 모두 5년이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가 9기이며, 2003년부터 10기가 시작된다.
인민대표대회는 해당 정부의 업무를 감독하고 법률과 조례를 제정하며 법이나 규정에 대한 해석권도 갖고 있다. 중국은 법치주의를 완비하기 위해 98년 9기 전인대 이래 활발하게 각종 법을 제정해왔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