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원주민에 대한 탄압과 정부의 부패에 항의해 무장투쟁을 벌여온 사파티스타 민족혁명군(EZLN)이 24일 근거지인 남부 치아파스주를 출발, 2주일에 걸쳐 13개주를 통과해 수도 멕시코시티까지 평화적인 행진을 벌일 예정이라고 AFP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이번 행진이 좌파게릴라단체인 EZLN의 완전 해체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반군과 국회 대표단이 만나 토지소유와 원주민 탄압중지 등 원주민의 지위를 보장하는 ‘산 안드레스 협정’의 체결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어서 사태해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의 원주민은 960여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0%가량.
비센테 폭스 대통령은 “이번 행사가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서로를 존중하고 포용하는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군측의 마르코스 부사령관도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내전 종식으로 우리가 새 일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새정부의 조치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EZLN은 치아파스주 악덕지주들이 원주민을 착취하고 탄압하는 것에 맞서 94년 1월 1일 무장 봉기를 일으켰으며 이 과정에서 정부군과 충돌해 15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EZLN은 이 사건이후 총 대신 인터넷을 무기로 사용하는 ‘사이버 게릴라전’을 전개해 오고 있다.그러나 71년 만에 평화적인 정권교체에 성공한 폭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취임이후 ‘선 철수 후 협상’을 주장하는 반군측 요구를 받아들여 치아파스주에 주둔한 정부군 철수와 게릴라 17명의 사면조치 등 ‘양보를 통한 평화협상’을 목표로 내걸어 결실을 맺게 된 것.AFP통신은 “포용정책을 통해 반군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성공한 폭스 대통령은 평화적인 정권교체에 이어 멕시코 내전종식의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평가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