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북한 의료체계 붕괴"

  • 입력 2001년 2월 21일 20시 33분


북한은 국제사회의 원조로 최악의 식량 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지난해 가뭄으로 인한 식량 부족에다 의약품 및 각종 치료장비 등이 크게 모자라 사실상 의료 보건 체계가 붕괴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지가 2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평양발 르포기사에서 평안남도 어린이병원과 대동강병원 등 대형 국립병원의 경우 항생제와 진통제 등 필요한 약품은 물론 X레이 필름 등 소모품을 제대로 구비하지 못해 주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평남 어린이병원의 소헌철 박사는 “항생제나 진통제 같은 약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공급이 달려 소량씩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적절하게 치료할 만한 의약품이나 장비, 식량이 충분하지 못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전력과 물을 국가가 장악하고 있어 사립병원은 충분한 의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타임스는 데이비드 모턴 평양 주재 유엔협력관의 말을 인용해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실조는 식량과 의약품의 부족에다 의료 및 식수공급 체계가 붕괴된 데 따른 복합적인 산물”이라며 “앞으로 어린이들의 영양실조는 더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이어 “병원에서 목수술을 할 때 전신 마취를 할 약품이 없어서 부분 마취 상태에서 수술을 하고 있었으며 의사들은 수술도구를 철공소에서 직접 제작해 사용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다리가 부러진 한 10대 소년은 깁스 재료가 없어 나무와 천으로 다리를 동여매고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 심각한 전력 부족 때문에 병실 난방이 어려워 환자의 입원이 불가능하거나 의사가 겨울 코트를 입고 진료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고 일부 의사들은 약이 없어 중국에서 밀수된 약품이나 효과가 의심되는 약초에 의존하고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엘리자베스 로젠탈 중국 베이징 특파원이 미국의 민간 원조단체인 ‘아메리케어스’와 함께 평양과 인근의 병원, 고아원 등에 대한 원조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으나 평양 관리들이 이틀 뒤 취재를 불허하는 바람에 중도에 귀국했다고 덧붙였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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