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27, 28일)을 앞두고 정부가 옛 소련에 제공한 경협차관을 상환받는 차원에서 러시아로부터 구입키로 한 5억달러(약 6000억원) 상당의 방산물자 선정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정부는 이 달 초 러시아측과 방산물자 구매를 위한 2차 실무협상까지 가졌지만 진전을 보지 못했다.
정부가 당초 구매대상으로 삼았던 주요 방산물자는 공중급유기와 공기부양정이었다. 공중급유기의 경우 작전 반경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전략물자이고, 공기부양정은 해안 침투능력을 크게 향상할 수 있어 공군과 해군에서 오래 전부터 도입을 희망해 왔던 것.
그러나 막상 협상을 해보니 생각과는 크게 달랐다. 무기체계가 달라 개조 비용이 상상못할 정도로 많이 드는 데다 기술적인 문제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공중급유기의 경우 공군 주력기인 F16과 급유방식이 달라 개조비용만 항공기 가격과 비슷하게 드는 것으로 계산됐다. 게다가 공중급유를 제대로 받으려면 F16의 비행특성 정보를 공중급유기에 입력해야 하는데, 미국측이 F16 관련 기술자료를 넘겨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부양정도 가격 문제에 부닥쳤다. 당초 정부는 50t급 공기부양정의 도입을 검토했으나 러시아가 몇 해전 50t급 생산라인을 폐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150t급으로 대체하는 문제를 검토했으나 이 경우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9.5배나 늘어나게 된다.
군 관계자는 “러시아 무기를 사주고 싶어도 제독(除毒)헬기나 훈련기 등 지원품목 외의 주력물자를 구입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측에선 협상 테이블이 아닌 별도의 비공식 라인을 통해 신예전투기인 미그 29기의 구매의사를 타진하는 서한을 보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3월중 실무대표단을 러시아에 보내 현지 실사를 벌인 다음 본격적인 기종 선정 및 가격 협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국방부는 각국 무관에게 러시아무기 가격에 대한 정보 수집을 지시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