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MD 러시아와 협상통행 해결▼
미국과 러시아가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문제에 관해 접점을 찾기 시작했다. 중동지역 순방에 나선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24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NMD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NMD 강행을 천명해 온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NMD를 공동 추진하자는 친서를 전달하는 등 유화적 제스처를 보낸 바 있다.
파월 장관과 이바노프 장관은 회담에서 NMD에 관한 전문가급 회담을 가능한 한 빠른 시일내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두 장관은 나아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과 탄도탄요격미사일협정(ABM) 관계자들도 곧 만나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고 미 국무부 고위관리가 설명했다. NMD 등을 둘러싼 양국의 적대적 태도를 고려할 때 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파월 장관은 회담 뒤 NMD 및 이라크 문제 등과 관련한 정책 차이에도 불구하고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으며 이바노프 장관은 “대화가 솔직하고 건설적이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두 사람은 회담에서 친밀감을 나타내기 위해 서로 성 대신 이름을 불렀으며 파월 장관은 이바노프 장관의 어깨 위에 여러 차례 손을 얹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NMD에 대한 입장변화는 다른 곳에서도 감지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주 조지 로버트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만나 러시아와 유럽이 독자적으로 NMD체제를 구축하자고 제의했다. 러시아는 NMD체제 개발과 배치가 1972년 체결된 ABM협정에 위배된다며 강력히 반대해왔기 때문에 이같은 제의는 기존의 입장을 완화한 것으로 헤석된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이 양국의 NMD 갈등을 해소하지는 못했지만 그런 방향으로 나가는 출발점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앞으로 양국이 어떤 방향과 조건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으나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보자는 원칙에는 양국이 합의했기 때문이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중동평화-이라크 문제 동시 추구▼
중동평화협상 재개와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 축출.’
미국 공화당 정부의 대(對) 중동 정책이 변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이른바 중동평화협상 중재에 못지않게 이라크의 군사적 야망을 무력화하는 데에도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
이라크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해온 빌 클린턴 정권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미 공화당 정부는 집권 후 줄곧 이같은 변화를 예고해 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빌 클린턴 정권이 매달려 온 중동평화협상 중재에서는 오히려 한 발 빼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대신 취임한 지 한달도 안돼 이라크 공습에 나섰다. 이같은 분위기는 중동을 순방 중인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행보에서도 잘 드러난다.
파월 장관은 순방에 나서기에 앞서 “후세인 대통령이 유엔의 무기사찰과 제재조치를 충실히 따르지 않는 한 국제적 압력은 계속돼야 한다”며 이라크에 대한 계속적인 강경정책을 다짐했다.
하지만 부시 정권의 대 이라크 정책이 강경 일변도로만 흐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월 장관은 이번 순방에서 이라크 국민의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후세인 정권의 전쟁수행 능력을 저지한다는 이른바 ‘스마트 제재’ 정책에 대한 아랍 각국의 이해와 협력을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 제재란 ‘이라크가 무기사찰단을 수용할 경우 경제 제재를 해제하고 이라크 국민에 대한 식량과 의약품 공급을 확대한다’는 내용. 이는 미국의 대 이라크 봉쇄정책이 후세인 대통령 축출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이라크 국민에게 피해만 주고 있다는 비판여론을 감안한 것이다.
미국이 최근 이―팔 사태보다 이라크 문제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중동평화협상의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나서기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 당선자는 25일 파월 장관과 만나서도 “팔레스타인측이 폭력을 그만두지 않으면 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종전 주장을 되풀이했다.
파월 장관은 이에 대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폭력사태를 중지할 것을 촉구하고 부시 대통령이 평화협상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임을 이스라엘측에 다시 한번 주지시켰다. 파월 장관은 24, 25일 이스라엘의 에후드 바라크 총리와 아리엘 샤론 총리 당선자, 팔레스타인의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을 잇달아 만나 이―팔 평화협상 재개 가능성을 모색했으나 양측의 시각차만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그는 이스라엘에 대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 대한 봉쇄 해제를 요구했으며 팔레스타인측에 대해서는 협상이 재개되면 미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미국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