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일부학부 방학책에 일본군 잔학상 기록

  • 입력 2001년 2월 26일 18시 38분


일본 오이타(大分)현의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이번 겨울방학 때 사용한 방학책에 과거 일본군이 저지른 잔학상을 그대로 소개한 내용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침략전쟁을 반성하지 않는 우경화 풍조 속에서도 일본 사회에 한 가닥 양심이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현 교직원노조가 만든 이 방학책 이름은 초등학생용이 ‘겨울친구’, 중학생용이 ‘겨울학습’이다.

초등학교 2학년 교재에는 ‘오키나와(沖繩)의 구메시마에서는 조선인 구(具)씨가 일본군에게 살해됐다. 부인과 자녀 5명도 함께 살해됐다. 조선사람이라 연합군 첩자가 되기 쉽다는 이유에서였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중학교 2학년 교재에는 ‘중국의 한 마을에서는 3000명 가량의 마을 주민 모두가 기관총으로 살해당했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또 일본군이 중국인을 생매장하는 장면과 일본도로 참수하기 직전의 사진도 실려 있다.

일본사회 내의 우파를 대변해오고 있는 산케이신문은 26일 “이 교재는 너무 편향적”이라면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도록 한다는 학습지도요령에 어긋난다”고 맹공했다.

그러나 이 책을 편집한 교직원노조측은 “사실(史實)에 입각한 편집을 목표로 했다”며 “일본의 가해행위를 확실하게 알려주는 것은 학습지도요령에 결코 어긋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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