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경제 살아난다]獨-佛 유로경제 '쌍끌이'

  • 입력 2001년 2월 26일 18시 41분


《유럽 경제가 꿈틀대고 있다. 세계 경제성장의 기관차 역할을 하면서 오랫동안 호황을 누려온 미국 경제에 눌려 그동안 숨을 죽여왔던 유럽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이다. 10년간의 ‘고공 비행’ 끝에 ‘착륙’을 시도하고 있는 미국 경제와는 달리 유럽 경제는 지금 서서히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더구나 올해 경제성장률이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세계의 눈길이 유럽으로 쏠리고 있다. 유럽 경제의 현주소와 저력의 비결, 유로권 경제의 전망을 시리즈로 살펴본다.》

요즘 런던 파리 로마 베를린 등 유럽의 대도시에서는 택시를 잡기 어렵다. 몇 년 전만 해도 유럽의 국제공항과 역 주변의 택시정류장에는 수십대의 택시가 줄지어 서 있었으나 지금은 관광시즌이 아닌 데도 택시를 잡으려면 최소한 1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독일 베를린과 영국 런던 교외에는 신축건물 공사가 한창이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아일랜드 더블린은 외국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교통난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런던과 프랑스 파리에 부임하는 외국 회사와 금융기관 주재원들은 전셋집 구하기가 힘들어 최소한 2개월 이상 호텔살이를 해야 할 정도다.

유럽 경제에 파란불이 켜졌다. 지난해 유럽연합(EU) 15개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1989년 이후 최고치인 3.4%를 기록했다. 올해와 내년의 예상 경제성장률은 3.1%, 3%로 미국을 앞지를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10년 동안 10%를 웃돌던 실업률은 지난해 8.4%로 떨어져 91년 이래 최저 수준을 나타냈으며 앞으로도 계속 낮아질 전망이다.

17일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열린 선진 8개국(G8) 재무장관 회담에서도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3.2%에서 1.7%로 하향조정한 반면 유럽은 유로화 가입국의 강력한 국내수요에 힘입어 견실한 경제성장을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경기 진작을 위해 올 들어 두 차례나 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연 4.75%의 현행 금리를 고수하고 있다. 빔 두이젠베르크 ECB총재는 이 달 초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유로 회원국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와 내년에도 3%에 근접한 수준의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유럽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나라는 유로권의 쌍두마차로 불리는 독일과 프랑스.

독일은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의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경제불황에 빠져 있다가 99년 말부터 정상을 회복해 지난해엔 90년 이후 가장 높은 3.1%의 성장률을 이뤘다. 지난해 총수출도 99년보다 17% 증가한 1조1600억마르크로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세계 2위의 무역대국이란 타이틀을 되찾았다.

98년 6월 월드컵 개최 이전만 해도 이른바 유럽병에 시달리던 프랑스의 경제성적표는 3년째 A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프랑스 국립통계청(INSEE)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전문가 예측보다도 0.1%포인트 높은 3.2%를 기록했다.

또 인플레율은 유로권에서 가장 낮은 1.6%였으며 특히 실업률은 9.2%로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소비자신뢰지수(CCI)가 85년 통계산출 이후 최고치인 3을 기록한데 이어 올 1월에는 7로 배 이상 급등했다. 자동차와 집 등 대형구매의 증가로 1월 중 소비지출도 지난해 12월에 비해 3.2% 상승해 미국의 경제 둔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제전망은 장밋빛을 보일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프랑스 BNP파리바은행의 경제분석가 도미니크 바르베는 “활발한 가계소비가 올해 미국의 경기둔화 바람으로부터 프랑스를 지켜줄 것”이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기 시작한 베이비붐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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