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은행 이기적 대출정책이 문제"

  • 입력 2001년 3월 8일 16시 08분


"은행들의 이기적인 대출정책이 문제입니다. "

미국의 경기 둔화 영향으로 일부 지역에서 생기고 있는 신용경색 문제를 우려해 왔던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은행들에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그린스펀 의장이 은행 기업 등 특정 민간업계를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일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

그린스펀 의장은 7일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지역은행가 협회 회의에 위성통신을 통해 행한 연설에서 "미국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은행들이 신용상태가 건전한 고객들의 기존 대출을 회수거나 신규 대출을 기피하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은행들이 경기가 좋을 때는 지나치게 관대하게 대출을 해주고 경기가 나쁠때는 대출에 너무 인색해 호경기와 불경기의 경기 사이클을 왜곡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질책했다.

그는 경기에 덜 민감하고 규율있는 장기적인 관점의 대출관행은 은행들의 이익에도 부합된다는 충고의 말도 잊지 않았다.

미국의 은행들은 지난해 부실대출에 대한 충당금이 늘고 영업수익이 크게 줄면서 1991년 경기침체 이후 꾸준히 증가해온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린스펀 의장은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최근까지 계속된 사상 최장기의 경기호황기에 이뤄진 현명하지 못한 대출정책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부실대출의 상당 부분도 호황기에 지나치게 느슨한 기준으로 대출을 해준 데서 비롯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올해 은행의 이익은 더욱 줄고 부실대출도 늘어날 것이라면서 그래도 과거 경기둔화 때보다는 문제가 덜 심각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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