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것일 뿐이다.’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이 과거 클린턴 행정부 때 채택했던 일련의 개혁조치들을 무효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민주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폐기하려는 클린턴 행정부의 개혁조치들은 대부분 근로자나 소비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것들. 따라서 일부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기업의 이익만 옹호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의 잔재를 앞으로도 계속 정리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공화당과 민주당간의 대립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번복〓클린턴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산업재해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조치를 입법화했다. 올 1월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법은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모든 기업은 피고용자가 업무로 인한 고통을 호소할 경우 단순반복적인 직무로 인한 질병인지 여부를 즉각 결정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로 인한 경우 근로자는 즉시 업무를 중단하고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고용주는 치료비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직무로 인한 질병으로 판정될 경우 업무를 개시할 수 있을 때까지 월급의 90%를 지급받게 된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의 노조가 10년 넘게 요구해왔던 것으로 클린턴 행정부의 대표적인 개혁조치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업계는 이로 인한 기업의 부담이 너무 크고 특히 중소기업은 파산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며 강력히 반대해왔다. 전통적으로 업계 편에 서왔던 공화당도 여기에 가세했다.
미 상원은 6일 표결을 통해 이 산업안전법을 무효화시키기로 결정했다. 표결 결과는 찬성 56 대 반대 44표. 100석 가운데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50석씩을 나눠 갖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반란표가 6표나 나온 것.
이어 7일에는 공화당 220석, 민주당 211석의 하원도 223대 206의 표결 결과로 산업안전법 무효화를 승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동안 의회가 승인할 경우 자신도 서명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이에 민주당은 공화당이 수적 우세를 이용해 민주당 정부의 개혁 조치들을 폐기하고 있다며 거세게 비난했다. 리처드 게파트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는 “이제 공화당과의 초당파적 협력은 끝났다”며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다.
▽계속될 논란〓산업안전법 폐기는 시작에 불과하다.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주로 단행된 일련의 개혁 조치들에 공화당은 계속 제동을 걸고 나설 전망이기 때문.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은 먼저 소비자의 파산 신청 요건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클린턴 전대통령은 재임 당시 의회에서 송부해온 똑같은 법안을 “금융기관의 이익만 보호가 되고 소비자 권리는 축소될 것”이라고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부시 행정부는 또 클린턴 전대통령이 재임말기 도입한 ‘의료기관이 환자의 진료기록을 공개하려면 사전에 환자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환자의 의료정보 보호 조치도 의료기관에 지나친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번복할 태세다. 이 같은 조치들은 하나같이 관련 업계가 강력하게 요구해 왔던 것들이다.
이밖에 클린턴 행정부가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연방소송도 담배회사들의 로비로 취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갈등이 소비자 및 노동자, 환자와 관련기업간의 갈등으로 비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