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DJ-부시 '인식 차이' 못좁혔다

  • 입력 2001년 3월 8일 18시 40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한국의 포용정책에 대한 미국정부의 지지, 대북정책 공조 확인 등 큰 틀에서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쟁점에서는 미묘한 시각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물론 한국정부는 “아무런 시각차이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빌 클린턴 정부 때와 비교하면 합의의 강도가 떨어지고 인식의 공유도 약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또 이에대한 한국의 설명은 무엇일까.》

한미간의 상대적인 인식의 차이 는 부시 행정부가 아직도 분명한 대(對)한반도정책 구상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상회담 기간 중 미국측 고위당국자들의 일관성 없는 발언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정상회담 전날인 6일(이하 미국시간) "우리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가 중단한 곳에서 시작하기 위해 북한과 접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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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발언은 클린턴 전 대통령 임기 말 타결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 북미 미사일회담의 재개에 대해 부시 행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파월장관은 그러나 7일에는 "미사일 협상이 임박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부시 대통령은 북한정권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으며 북한에 속지 않고 매우 현실적으로 북한정권을 검토할 것임을 정상회담에서 분명히 했다"고 다른 뉘앙스의 말을 했다.

북한의 변화의지를 읽는 한미간의 서로 다른 시각도 '인식의 차이'를 낳는데 한몫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대통령은 "북한이 개혁 개방으로 갈 것이며 최근엔 안보와 경제 두 측면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부정적인 시그널(신호)만 보내지 말고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사일 문제는 물론 재래식무기 감축이나 전방부대의 후방이동하는 등 가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두 정상간 '인식의 차이'에 보다 본질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본적으로 공화당 정부는 힘에 기초한 대외정책을 선호하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서도 강성을 띨 수 밖에 없고, 따라서 김대중정부와도 입장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한 전문가는 "부시 정부가 클린턴 정부와 똑같이 대북 유화책을 쓴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인식의 차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부시 정부가 한국에 대한 무기판매와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측의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대북정책을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정부 관계자들은 한미관계를 설명할 때면 으레 등장하는 근거없는 음모론 이라고 일축하지만 4조3000억원 규모의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FX)사업을 앞두고 보잉사를 비롯한 미측의 로비가 극심한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그런 분석도 일리가 있다. NMD를 놓고도 미국은 한국의 지지가 절실한 실정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기자>eligius@donga.com

미국의 혼란스러운 대북발언
발언자내용
파월
국무장관
―우리의 대북정책은 한국정부가 추진하는 것과 전적으로 일치한다(6일 안나 린드 스웨덴 외무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
―북한의 미사일계획을 중단시키기 위한 협상을 조기에 재개할 계획 없다(7일 한미정상회담 후 기자간담회)
부시
대통령
―북한의 지도자에 대해 약간의 회의가 있다
―북한이 모든 협정의 조건을 지키는지 확신이 없다(7일 한미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
―부시대통령은 한국의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지지와 함께 남북문제 해결에 있어 김대중대통령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7일 한미정상회담 공동발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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