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ABM포함 유감' 발언]한·러성명 '외교실수' 사실상 인정

  • 입력 2001년 3월 9일 18시 31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9일 오전(한국 시간) 미국의 기업연구소(AEI)와 외교협회(CFR) 공동 주최 오찬에서 “탄도탄요격미사일(ABM)제한조약 문구는 (한―러공동성명에) 안 들어가는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한―러공동성명에 ‘ABM조약이 전략적 안정의 초석이며 보존 강화돼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 자체가 ‘외교적 실수’였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또 그동안 정부가 해명해 온 것과도 뉘앙스가 사뭇 다르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외 일부 언론이 ABM조약 내용을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에 반대하는 의미로 풀이하자 “미국도 여러 차례 인정한 ‘표준’조항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최영진(崔英鎭)외교통상부외교정책실장은 9일 이례적으로 신문 기고를 통해 “한―러공동성명의 ‘ABM조약 보존 강화’ 표현이 NMD를 반대하는 뜻이 아니라는 것은 미국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러나 파문이 확산되자 2일 NMD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고 이로 인해 그동안 지켜 오던 ‘전략적 모호성’을 스스로 포기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NMD 파문 해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이런 와중에서 나온 김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ABM조약 조항을 포함시킨 것은 ‘실수’고 따라서 ‘책임’을 묻겠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한―러 정상회담 당시 우리 정부가 공동성명에 ABM조약을 한 줄도 언급하지 않고 지나갈 수 있었을까. 일부 관계자들은 “러시아측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 ABM조약인데 어떻게 한 줄도 집어넣지 않고 지나갈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그렇다면 “안 들어가는 것이 좋았다”고 한 김대통령의 발언은 정부의 입장과도 맞지 않은 불필요한 언급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ABM제한조약 및 NMD체제 관련 성명 및 발언
발언자시기내용
홀름 미 국무부 국제안보 차관2000년3월-NMD를 위해 ABM조약 개정 추진, 이는 이 조약을 강화하는 것
핵확산금지조약(NPT) 공동성명4월-ABM조약은 전략적 안정의 초석, ABM조약 보존 강화에 합의
미-러정상발표문6월-ABM조약 강화 노력 계속할 것 재확인
볼렌 미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9월-ABM조약은 국제안보는 물론 미국안보에 핵심요소인 만큼 NMD 추진 과정에서 이를 강화 보존
러-캐나다정상발표문12월-ABM조약은 전략적 안정의 초석, ABM조약 보존 강화
파월 국무장관2001년1월17일-ABM조약은 새로운 전략적 환경에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한-러 공동성명2월27일-ABM조약은 전략적 안정의 초석, ABM조약 보존 강화
뉴욕타임스(NYT)28일-미국의 동맹인 한국이 NMD와 관련해 러시아 편을 들었다
이정빈 외교통상부장관3월2일-세계 안보상황에 대한 접근은 새로운 변화 필요

-미국이 동맹국 및 관련국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대처하길

김대중 대통령8일-러시아가 NMD반대를 요구했으나 우리는 확실히 거부했다
김대중 대통령9일-ABM조약 문구는 (한-러 공동성명에) 안 들어가는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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